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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Jan 12. 2023

카레이싱(?)을 즐기는 싸복이 남매

차 타는 일이 그리 즐거울까

싸복이 남매는 둘 다 강아지 시절 차멀미를 했다. 차를 타면 힘들어하다가 토하곤 했는데 (특히 길이 험하면 더욱더) 초보반려인이었던 내 눈엔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강아지들도 사람처럼 차멀미를 하는구나. 그렇게 새로운 세계를 하나 더 알았다.


그랬던 싸복이 남매는 어느 순간부터 차멀미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싸복이 남매가 어린 시절, 차멀미 따위에 굴하지 않고, 집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차를 태워 산책을 나가곤 했다. 인적이 없는 시골길로 데려가, 목줄 없는 산책을 즐겼다.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싸복이 남매의 차멀미가 사라졌다. 거기에 더해, 차만 타면 어디 좋은 데 가는 줄 아는 바보 남매가 되었다. 심지어 병원 가는 길에도, 아주 좋아 죽는다.


어멍은 대개 운전 중이므로 사진 찍을 기회가 없다. 운전해 준 친구덕으로 쌍으로 콧바람 즐기고 있는 싸복이 남매 촬영성공.

기억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동네 골목길에서 뒷좌석에 앉아있던 싸이가 뛰어내린 기함할 사건 이후에, 자연스럽게 싸이는 앞 좌석 차지가 되었다. 또 언제 뛰어내릴지 모르는 일이니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물론 갈수록 행복이 덩치가 커져 뒷좌석은 행복이 혼자만 타기에도 비좁아진 이유도 있다. 앞 좌석엔 싸이, 뒷좌석엔 행복이를 태우고 종종 드라이브를 즐긴다. 싸복이 남매만큼 나도 즐겁다.


교통이 불편한 시골마을에 살다 보니, 자주 집에 놀러온 지인을 정류장까지 데리러 가는 길이 생긴다. 처음엔 당연히 싸복이 남매를 집에 두고 다녀왔는데,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싸복이 남매를 태우고 마중을 나간다. 출근하는 건 귀신같이 알고 별 상관 안 해도(돈 벌어오는 지 아나), 집에 함께 있다가 잠깐 나갔다 오는 어멍꼴은 보기 힘들어하는(불안해하며 계속 기다린다) 싸복이 남매 탓에, 그 편이 내가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10분만 차를 타도, 1시간 산책한 것마냥 좋아해 가성비가 갑인 탓도 있다(바보개들도 아니고 차만 탔다 집에 돌아오면 아주 좋아 죽는다).


콧바람 제대로 즐기고 계신 싸이군.

싸복이 남매와 차를 타면 항상 창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창문을 열어두는 따뜻한 계절엔 잘 몰랐다. 추운 계절이라 창문을 닫았는데, 싸복이 남매가 아주 개난리를 피운다. 창문을 열라는 거다. 바람을 즐기겠다는 것이다. 덕분엔 겨울에 차를 탈 때 아주 코가 시려 죽을 지경이다. 싸이는 가끔 추워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바람을 즐긴다. 바람맞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일인지. 어떨 땐 차에 타는 것보다, 바람맞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 이 대목에서 다른 개들도 그런지 궁금해진다.


친구가 직장에 싸이를 데리고 왔는데, 저 날 멀리서 발견하곤 혼자서 빵 터졌답니다 ㅎㅎ

차만 타면 창문밖으로 목을 빼고 있으니, 사람들 눈길을 끌 일이 많다. 종종 신기해하는 시선을 마주하기도 한다. 이런 일도 있었다. 싸복이 남매를 태우고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옆자리에서 '빵' 하고 클락션을 울린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뭐지' 하고 쳐다보니,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는 직장동료다. 우연히 마주친 것인데, 창문밖으로 얼굴을 내민 행복이 덕분에 알아본 것이다. '엇! 행복이다' '와우! 행복이네' 싶었을 것이다.


어멍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콧바람을 즐기는 일이 뭐 그렇게 좋을까 싶다. 아마도 어멍과 함께 '놀러 가는 일'이 그저 즐겁고 또 즐겁겠지 하고 짐작해 본다. 덕분에 싸복이 남매를 차에 태우면, 나도 즐겁고 또 즐겁다. 행복이를 차에 태우고 내리는 일의 고통을 잊을 만큼(혼자 힘으로 승하차가 불가능하니, 30킬로 강아지를 늘 들어 올리고 내려야 하는 신세다. 최근에 소형에서 4륜구동으로 바꿨는데 허리 나가기 일보 직전이다)


이 모습을 보는데 참 많이 행복했어요. '어멍~ 내가 어멍 만나러 여기까지 왔어~'

나도 이제 게을러져 차를 타고 동네로 산책 가는 일이 드물어졌다. 싸복이 남매에게는 목줄 없이 원 없이 뛰어놀며, 어멍 눈치 보지 않고 소똥 배 터지게 주워 먹는 행복한 시간이었을 텐데, 미안한 맘이 크다. 올겨울이 지나고 나면, 게으름을 떨쳐내고 어쩌다 한 번씩이라도 싸복이 남매를 차에 태우고 나가봐야겠다. 셋이 함께 시골길을 산책하는 일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가능할까 싶다. 부지런 좀 떨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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