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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Apr 17. 2024

나의 늙은 개, 행복이 이야기

행복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3월 12일, 화요일에 행복이의 두 번째 수혈을 진행했다.


첫 번째 수혈을 받은 때처럼 극적인 효과를 기대했지만, 행복이의 상태는 좀처럼 호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때는 목요일,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문 밖에서 바라본 행복이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행복이는 점심에 집에 들렀을 때 있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뭔지 모르게 예감이 좋지 않았고, 등줄기에 서늘한 바람이 부는 느낌이 들었다.


집 안에 들어가 보니 행복이가 앉은자리에 배변을 했다. 그리고 움직이질 못한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아픈 몸을 이끌고도, 실내에 배변판을 두고도 곧 죽어도 실외배변을 고집하던 행복이다. 뒷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는 아이를 혼자힘으로 욕실로 끌고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신이 아득했지만, 이를 악물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내가 산이 되어 꿋꿋하게 행복이를 위해 버텨줄 시간이 되었어'라며.


떠나기 전날 찍은 사진이에요. 왠지 이 사진이 참 좋아요. 

주저앉은 뒤로는 밥도 먹지 않았다. 무얼 갖다 줘도 입에 대지 않았다. 금요일이 되었다. 원래 금요일은 병원에 가기로 되어있는 날이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나는, 혼자서 병원으로 향했다. 행복이의 상태를 말하고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쌤이 말했다. '그렇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네요'라고.


행복이와 함께하며 나는 어리석게도 늘 마지막을 상상하곤 했다. 대형견의 수명이 유독 짧은 것을 잘 알고 있던 탓이었다. 11살이 되고부터는 부쩍 늙은 티가 역력했다. 상상은 조금씩 현실이 되어갔다. 상상 속의 나는 어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행복이를 씩씩하게 잘 돌보는 모습이었다. 현실은 많이 달랐다. 안 그래도 행복이가 아픈 다음부터는 늘 눈물바람이었던 나는, 울고 또 울었다. 그것밖에 할 것이 없었다. 나의 소중한 행복이와의 이별이 바로 코 앞에 다가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도 힘이 들었다.


마지막 산책 때 찍은 사진, 이 날 이후 힘들어 해 밖에 나가지 못했다.

밥을 거부하던 행복이는 물도 거부했다. 그렇게 모든 걸 끊었고, 마지막엔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주저앉은 지 삼일만 인, 일요일 오후에 결국 행복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마지막 며칠 동안 힘들어하는 행복이를 보며, 눈을 마주치며 계속 이야기했다. '사랑해 행복아, 엄마가 너무 사랑해. 그동안 고마웠어. 엄마는 괜찮아. 이제 힘들면 그만해도 돼. 마음 편히 떠나도 돼.'라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꼴이 말이 아닌 행복이를 물티슈로 나마 정성스럽게 씻겨주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예쁜 모습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화장장으로 어찌 갔고 어떻게 화장을 시켰고 어떻게 돌아왔는지 잘 모르겠다. 남편이 곁에서 산처럼 지켜주어 이 일을 모두 무사히 치러낼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은 해가 저무는 저녁이 되어 있었다. 현관의 태양광 조명이 그날따라 유난히 환해 보였다. 그 불빛이 상서로운 느낌이 들었다. 마치 행복이의 영혼이 빛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랄까.


떠날 때도 행복이는 어멍바보 행복이 답게 떠났다. 마지막 가는 길에 엄마 힘들지 않게 단 며칠만 앓고 떠났다. 엄마 속상하지 말라고, 출근했을 때나, 내가 잠이 들었을 때가 아닌, 내 품에서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길을 떠났다. 엄마 점심 굶지 말라고, 점심 먹을 때까지 괜찮다가, 내가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에 떠났다. 이 모든 것이 행복이의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에서 행복이의 사랑을 느낀다. 그저 미안하고 또 고맙다.


행복이가 집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행복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한 달 여가 되어간다. 처음 얼마동안은 밤마다 우느라고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었지만, 이제 정신을 많이 차렸다. 그동안 계속해서 글을 써야 한다고, 행복이를 아껴주셨던 분들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쉽게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알 수 없었다. 아니, 글을 쓰면 또 너무 슬퍼질까 봐 두렵기도 했던 것 같다. 


몇 편이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행복이의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나의 소중한 행복이를 특별한 방식으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행복이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주 많고, 꺼내어 다시 떠올리고 싶은 행복이와의 행복한 추억이 많다.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꺼내어 보고 싶고, 강아지별에 가 있을 행복이에게 내 마음 안에 있는 사랑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조금씩 꺼내어 들려주고 싶다. 


행복이 4살 때 사진이에요. 건강하고 젊은 모습의 행복이를 오래오래 기억해 주세요.

행복이를 아끼고 사랑해 주셨던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독자분들의 마음이 행복이에게 가 닿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행복이는 사랑을 많이 받아서, 사는 동안 많이 행복했을 거예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행복이는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행복이를 아껴주셨던 용이님을 만났겠죠.
 그곳에서 용이님이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셨으리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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