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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Sep 28. 2017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브런치에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것이 7월 21일, 두 달여 전이다. 


그동안 글 한 줄 쓰지 못했다. 바쁜 탓도 있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던 까닭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글 쓰기가 싫었다. 다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잠시 쉬어 보았다. 쉬는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나는 왜 글을 쓰는지',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게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래서 답을 얻었을까. 글쎄, 잘은 모르겠다. 수많은 브런치 작가들은 어떤 생각으로 글을 쓰는 걸까. 


어쩌면 여기서 내 삶이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순간에 가장 하고 싶었던 건 글쓰기였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아봐야겠다고 맘먹었을 때 제일 처음 실행에 옮긴 것 역시 글쓰기다. 그냥 쓰고 싶었다. 거기에 더해 내 글에 독자가 생긴다면,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듯싶었다. 머릿속에는 늘 조금씩 쓰고 싶은 거리들이 흘러넘쳤다. 나의 삶과, 내가 사유하는 것들을 글로 표현하고 공감받고 소통하고 싶었던 것 같다. 쓰고 싶으면 그냥 일기를 쓰면 되는데 굳이 '브런치'의 문을 두드린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출처: flicker

어찌어찌하다 보니 소소하지만 독자가 생기고, 내 글에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막상 브런치 작가가 되고 찾아오는 이 하나 없을 때는 누구라도 좀 읽어줬으면 싶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독자들이 생겨나니 다소 부담스럽기 시작한다. 타자(독자)를 의식하는 '자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저런 지나친 '자의식'도 그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예전에 몇 년 동안 취미로 '살사 댄스'를 춘 적이 있다. 춤추는 순간에도 온전히 '춤'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정신줄을(?) 놓지 못하고 늘 타자를 의식했던 탓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열심히 춤을 췄던 만큼 아이러니하게도 춤이 불편했던, 그때의 내 모습이 겹친다. 


춤은 즐겁다. 지금도 음악이 나오면 몸이 들썩인다. 언젠가 불편함을 뒤로하고 다시 춤추게 될 날이 오게 될까?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글을 쓰고 다시 읽어보고 계속해서 수정하고 하는 작업 자체가 굉장히 창조적인 행위라는 말을. 나는 글을 쓸 때 굉장히 여러 번 읽고 수정하는 편이다. 저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데 묘하게 즐겁다. 처음에는 개발새발 꼴을 갖추지 못했던 글이 점점 다듬어지고 결국엔 날개를 달아 완성이 되는 것이 '매직'에 가깝지 않은가 말이다. 오 신이시여! 정녕 이글이 제가 처음에 썼던 그 글이 맞단 말입니까? 하는 심정. 저기서 느껴지는 성취감이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생산적'이거나 '창의적'이라고 느껴지는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낀다. 글 쓰기, 요리, 제과제빵, 옷 만들기, 가구제작 등. 내가 좋아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일들은 대개가 생산적인 일들이다. 그 정점이 '마당 가꾸기'인 것 같다. 아이디어가 실현되어 내가 그렸던 마당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즐겁다. 내가 가꾼 결과물(마당)을 보면서 혼자 흐뭇해한다. 그런데 누군가 내가 공들여 가꾼 마당을 보며 '참 예쁘게 잘 가꿨다'라고 한 마디 해 준다면. 그 흐뭇함은 배가 된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도 그런 것이리라. '흐뭇함'을 배로 만들고 싶은 작은 '욕망' 아닐는지. 


외할머니가 쓰시다 엄마를 거쳐 내게  전해진  독에 씨 뿌린 채송화가 올가을에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 래. 서 난 다시 글을 쓴다. 글쓰기가 좋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인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나 보다. 두 달 쉬는 동안 이젠 딱히 쓸거리도 없겠다 싶었는데 웬걸 이제 다시 스멀스멀 글감이 떠오른다. 소제목을 부지런히 붙여본다. 쓰고 싶다는 본연의 '욕망'에 충실하기로 한다. 독자를 의식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련다. 


어쨌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글을 쓰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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