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싸이는 고급스러운(?) 강아지다. 맨바닥에 앉거나 눕는 일이 거의 없다.
"나의 몸은 소중한 몸. 절대 맨바닥에 닿을 수 없을지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머리를 받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편. 이런 싸이를 위해서 우리 집엔 언제나 '도우넛 방석' 2개가 풀 세팅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싸이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도우넛 방석이 싹~ 사라지게 된 것.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몇 개월 전 치고(?) 들어온 길냥이 출신 뭉치라는 녀석이 오줌을 못 가린다. 이불은 빨면 그럭저럭 냄새가 날아가는데, 방석 같은 두툼한 것들은 냄새가 배어 없어지지 않는다. 스트레스받아 홧김에 다 내다 버리고(아, 불쌍한 우리 싸이) 빨기 쉬운 방석들로 싹 교체했다. 싸이에게 많이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고양이 오줌 냄새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대신에 이런 방석을 하나 사 주었다. 싸이만을 위한, 빨기 쉽고, 턱받침이 가능한 전용 방석으로. 그런데......
아. 뿔. 싸.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이야. '너 거기 초대형 인절미~ 그거 싸이꺼거든 ㅠㅠ'
잠시 잠깐 잊고 있었다. 그래. 쟤는 거대한 몸을 좁은 방석에 욱여넣는(?) 묘한 재주가 있는 강아지였지 ㅠㅠ
때론 더한 매직 쇼우~ 를 보여주기도 한다. 허걱. 하나도 비좁은 방석에 둘씩이나. 매직일세 매직이야 ㅋㅋ.
그래서 하나 더 장만했어요. 머리를 굴렸지요. 행복이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사이즈의 방석을 사자. 치밀하게(?) 계산해서 싸이 사이즈에 딱 맞는 토토로 방석을 사주었어요. 사주고 흐뭇했어요. 스스로 '어멍 너 제법이야 ' 자화자찬하면서 ㅎㅎ
제법은 무슨. ㅋㅋ 싸이만의 전용 방석이 될 거란 생각은 순진한 어멍의 착각이었어요. 토토로 방석은 때로는 행복이의 얼굴 받침대가 되고요.
때로는 베개가 되기도 하지요.
베개가 너무 낮게 느껴질 땐, 자체적으로 높여서 사용하기도 하고요 ㅠㅠ (토토로 얼굴은 어디로 간 거니?)
와우~ 가장 놀라운 건, 때론 진짜 리얼 방석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는 점이에요 ㅎㅎ
토토로 방석의 놀라운 쓰임새라니 ㅋㅋ
'에휴, 어멍~ 간신히 내 자리를 찾았어.'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 없어' 싶은 표정이네요.
그나마 싸복이 남매 방석만 골라 '오줌 뿜 뿜' 갈겨대는 뭉치 쉐키 때문에 있던 방석도 모두 운명했답니다. 덕분에 싸복이 남매는 당분간, 담요에 몸을 뉘이는 불쌍한 신세가 되었어요.
얘들아~ 기다려라~ 어멍이 방수 방석 주문했다. 아주 오줌싸개 뭉치 때문에 등골 휘는구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