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육아가 총체적 난국이라 느껴진다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면 ‘긍정적 정서 함양’에 먼저 집중하는 것이 좋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Here and now. 지금 당장, 바로 여기에서 아이가 행복하면 된다.
긍정심리학에서는 부정적 정서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와 별개로 긍정 정서를 계발해 주면 된다고 말한다. 함께 웃을 일을 많이 만들고, 약점에만 집중하지 말고 강점을 키워 주고, 사랑의 눈으로 자존감을 키워 주고, 안정되고 따뜻한 사랑을 쏟아 주는 것이다. ‘기분의 질’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기질 요소므로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 쌓일수록 기본 정서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은 틀림없다. 부정 대마왕이었던 많은 아이들이 좋아지는 것을 보았다.
기분 좋은 기억이 많은 아이는 전반적인 정서가 긍정적으로 형성된다. 어릴 때에 아이에게 긍정 정서를 키워주면 이것이 나선형 상승을 일으켜 인생의 자양분이 된다고 한다. 긍정적인 정서는 너무나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정서가 긍정적일 때 학습력과 문제해결력이 뚜렷하게 상향되고 집중력 및 창의성, 진취성도 늘어난다. 타인에게 더 관대하여 사회성을 띄게 된다. 그래서 행복하고 긍정적인 사람에게 언제나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온다.
유년기에 행복한 기억을 가슴속에 많이 저장해 주자. 모든 기억은 정서와 함께 저장된다.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는 기억을 형성하는 해마에 밀접하게 붙어 있다. 예컨대 바다에 놀러가서 즐거운 경험을 한 아이는 바다에 대한 기억이 긍정적으로 저장된다. 반면 불편하고 힘든 경험만 한 아이는 기억이 부정적으로 저장된다. 두 아이 모두 바다를 시청촉각적으로 기억 속에 저장하지만 그 기억의 색깔은 각기 다르다. 편도체가 기억에 정서라는 색깔을 입히기 때문이다.
훈육도 너무 엄격하게 하기보다는 아이의 기분의 질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유쾌한 훈육법을 쓰는 것이 좋다. 아이의 문제행동이 싹 소거되고 말 잘 듣는 아이가 되더라도 시종일관 아이 기분이 우울하다면, 그게 좋은 양육법일까? 제 나이에 맞는 말썽을 부리더라도 행복하게 깔깔대며 발달하는 아이를 좀 더 기다려주고 유하게 이끌어주는 게 나쁜 양육법일까? 윽박지르고 혼내서 무언가를 시키는 것이 당장은 편해 보일 수 있지만 그건 정답이 아니다.
‘다른 애들 다 하는데 넌 왜 못해!’라는 조급한 마음으로 기본적인 기분의 질이 좋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푸쉬하다 보면, 아이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게 느껴진다. 엄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될 일도 안 되고, 오히려 시간 여유를 두고 유쾌하게 이끌어 줬을 때 결국 멋지게 따라잡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아이가 부정적 기분의 질에서 회복이 안 되는 정도라면, 우리 아이에게 맞는 훈육법인지, 내 아이가 준비가 되었는지,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자신의 기분의 질을 좋게 유지하는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걸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많이 보여줘야겠지. 다른 아이들보다 쉼이 많이 필요한 아이라면 쉬어갈 수 있게 해 주고, 다른 아이들보다 욕구가 큰 아이라면 욕구 불만에 빠지지 않게 해 주고, 다른 아이들보다 애정이 많이 필요한 아이라면 좀 더 안아 주고. 이러면서 ‘사는 게 행복하다!’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나아가 ‘내가 언제 행복한지’를 알고 ‘내 행복을 찾아’ 갈 수 있게, 그렇게 나아갈 수 있게 어린 자식의 인생을 같이 걸어 주는 것. 사실 이것이 전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