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숙씨. 저도 당신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근데 아직은요…
여러분!! 저는 불닭볶음면이 왜 몸에 안 좋은지 모르는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맵고 자극적인 건 몸에 해롭다는 말에 저는 매우 동의하는 편이고요.
결국엔 백숙처럼 속 편하고 든든한 게 최고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요,
속 편하고 건강한 백숙 씨가 참 좋아요.
진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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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다 써버린 밤.
뇌는 퇴근했고, 판단력은 이미 연차를 썼습니다.
그때 불닭볶음면은 그냥 음식이 아니라
“지금 이 기분에서 잠깐 벗어나게 해주는 얼굴” 로 다가옵니다.
“오늘 고생했잖아.”
이 말 한마디에 못 이겨 젓가락을 들죠.
근데 백숙 씨는요,
가끔 너무 바르고 너무 정직해서 괜히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드는 선택처럼 느껴집니다.
아시죠? 맞는 말만 해서 더 피곤한 사람 있잖아요. 백숙 씨가 딱… 그 타입입니다.
근데 이상한 건 남의 인생 앞에서는 제가 늘 백숙 씨 편이라는 점이에요.
“몸에 좋은 것만 먹어.”
“그건 너한테 안 좋아.”
“그 사람 만나지 마. 나쁜 사람이야.”
몸에 좋은 음식 추천하듯, 마음에도 늘 그런 선택을 권합니다.
연애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인간관계도 다 마찬가지죠.
그런데 내 얘기가 되는 순간,
갑자기 변수가 생깁니다.
“근데 이번엔 좀 다를 수도 있잖아요.”
“이건… 느낌이 좀 달라요.”
안정, 건강, 장기적인 행복 같은 말들은 잠시 대기 상태로 밀려납니다.
머리는 압니다.
몸에도, 마음에도 백숙 씨가 맞다는 걸요.
그래서 늘 이렇게 말합니다.
“건강한 게 최고야.”
“자극적인 건 결국 탈 나.”
그런데 손은 다릅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손은 릴스를 넘기고,
일찍 자야 하는 걸 알면서도 눈은 계속 화면을 봅니다.
머리는 분명 말합니다.
“백숙 씨가 맞아.”
그런데 어떤 날은 손은 이미 불닭 컵을 뜯고 있습니다.
너무 열심히 버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 일 없이 잘 넘긴 하루, 한 달, 일 년.
해야 할 말도 참고
해야 할 일도 다 하고
괜히 문제 만들지 않으려고 애쓴 날일수록요.
이상하게 그런 시기엔,
평온보단 오히려 더 자극적인 걸 찾게 됩니다.
즐거워서라기보다는,
지금 이 상태에서 잠깐 벗어나고 싶어서요.
그러면서도 우리는 완전히 망가질 생각은 없다는 겁니다.
배 아플까 우유도 준비하고,
컨디션도 걱정하고,
“다음엔 좀 덜 먹어야지” 혹은 "먹지 말아야지"와 같은 말도 합니다.
어떤 선택의 순간에 덜 이로운 쪽을 선택해버리더라도
그럼에도 '괜찮고 싶다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고백해 봅니다.
백숙 씨,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매번 백숙만 먹고살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불닭볶음면만 먹고 살 용기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항상 이로운 백숙 씨를 선택하지 못해도,
저를 조금은 이해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늘 옳습니다.
몸에도, 마음에도요.
다만 어떤 날은,
불닭이 지금의 마음을 조금 더 솔직하게 설명해 줄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날이…
조금 잦을 뿐입니다.
너그러이 이해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양심상 백숙에 청양고추 가득 넣어서 칼칼하게 먹어보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