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변화를 꾀했던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올 초부터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였다. 이렇게라는 말은 아무런 변화 없이 지금처럼 사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압박이 들었다. 그렇다고 뭘 해야 좋을지도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 우리는 늘 뭔가를 더 하길 요구받는다. 가만히 있으면 뭔가 잘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올 한 해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말은 바로 '갓생'이다. 갓생이란, 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이 더해져 남들에게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여기서 자세히 볼 것은 바로 '남들에게'라는 워딩이다. 나에게가 아닌 남들에게 모범적으로 보이는 부리런 한 삶을 사는 것 같은 것을 '보여주는'것이다.
"나는 퇴근하고 이런 것도 해"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어"
"나는 이런 사람이야"
아침 일찍 일어나 뭔가를 하는 걸 두고 미라클 모닝이라지. 이런 것들이 점점 유행처럼 번지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치 갓생을 살지 않으면 잘 못된 삶이라는 것처럼 비치곤 했다. 열심히 사는 것은 올바르고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열심히가 단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면 방향과 방식을 잘 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것은 오래가지 못할 경우가 많을 수 있다.
누가 누가 더 인생을 열심히 사는지 대결하듯이 많은 mz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자신이 하는 것들을 게시하곤 했다. 사실 이건 어떻게 보면 참 좋은 현상이기도 하다. 열심히 사는 건 나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열심히 살지 않는다는 건 뭘까? 그냥 가만히 있으면 열심히 살지 않는 걸까? 열심히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일까?
올해 가장 잘했던 일은 바로 '저는 은행 경비원입니다'를 2쇄를 찍은 일이었다. 사실 1쇄가 다 나간 지 오래됐음에도 하지 않았던 건 비단 게으름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변화를 바랐던 난 다른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책을 몇 권 더 찍어 내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있어서 책을 쓰는 일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2쇄를 찍기로 결심했다. 그로 인해 더 다양한 독자님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그토록 변화를 꾀하고자 했던 것은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올해로 직장을 다닌 지 3년 차가 되었다. 그리고 내년이면 4년 차가 된다. 일은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은 수준이었다. 견딜만하고 할 만했다. 매일 똑같은 루틴 한 일상을 보낸다는 게 나에겐 어느 정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줬던 것 같다. 마치 곧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런 느낌 말이다.
은행 경비원으로 2년 3개월 간 일하다가 쫓겨난 후 나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3년이 지났음에도 어떠한 변화 없이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나는 이대로 괜찮은가?'를 말이다.
언젠가 지금 다니는 회사도 그만둘 때가 올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때를 대비해야 할 것 같은데 무엇으로 대비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게 문제였다. 지금 만들고 파는 책으로는 도저히 내 생계를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걸 하자니 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잠깐 부동산 경매 공부도 해 봤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누군가 피눈물을 흘리며 내놓은 집을 내 이익을 위해 사고파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기엔 너무 아까웠던 난 그 시간을 운동에 쏟아부었다. 올해 가장 많이 했던 것은 바로 운동이었다. 퇴근 후 2시간은 꼬박 운동에 투자했다. 물론 매일 하진 않았지만 하루 걸러 한 번은 꼭 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주 나 자신과 타협하는 편이지만 한 번 해야겠다 마음먹으면 곧잘 이기는 편이라 이번에도 1년간 꾸준히 했다.
무엇이든 하기 싫어도 억지로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재미가 붙게 된다. 그리고 습관이 된다. 이제는 헬스장을 가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 얼른 이사를 하서 빨리 헬스장을 등록하고 싶다.
내년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해 볼 계획이다. 올해 했던 것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동탄에서 했던 북토크였다. 독립출판을 한 지 3년이 넘어가는데 아직 혼자 북토크를 해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좋은 기회에 할 수 있게 되어 혼자서 2시간 동안 진행해 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좋았던 시간이었다. 직접 독자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하자면 글쓰기 모임도 진행할 수 있었던 점이다. 이 또한 우연히 좋은 기회로 알게 된 친구 덕에 진행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진행해 보는 글쓰기 모임이었는데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다.
지금까지는 약간 수동적으로 행동했다면 내년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행동해 보려 한다.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뭐든 꾸준히 하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사실 글쓰기도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기에 이것도 계속해 보면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가올 2024년도는 아마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동할 것이고, 10년 된 아버지의 차를 이제 내가 끌고 다닐 수 있게 되어 차가 생긴다는 점도 뭔가 바뀌는 점이다. 또한 내년에는 꼭 세 번째 책을 낼 것이다. 지금 쓰는 여행기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잘 될지 모르겠다. 다만, 쓰는 내가 즐겁기에 아마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된다. 또 한 가지는 두 번째 책인 '당신에게 전하는 50가지 마음에 대하여'를 리뉴얼하여 다시금 개정판으로 출간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는 출판사를 만드는 일이다. 1인 출판을 하여 대형서점에 입고도 해 보고 싶다. 이렇게 쓰고 보니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씩 차근차근해 나가다 보면 내년 12월에는 올해보다 만족스러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 물론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또 다음 해가 있으니까.
올해도 여러 번의 북페어를 나갔다.
5월 : 리틀프레스 북페어
7월 : 전주 책쾌
9월 : 군산 색다른 아트 북마켓 / 독서대전 고양
10월 : 퍼블리셔서 테이블 북페어 / 구미 독서문화축제
올해도 많은 작가님들과 친해졌고, 다양한 경험들로 한 해를 잘 보낸 듯하다. 내년에는 조금 더 활발히 움직이고 새로운 책으로 또 다른 기회들을 잘 맞이할 수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