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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읗 Jun 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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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만 명이 넘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어떻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소감 및 포부에 관한 글이 될 거 같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마 세계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고 난 후였다. 여행을 다니며 나의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어 5년간 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기를 끝마치고 난 후엔 주로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이 나의 글에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지 않으면 글을 쓰지 않았고, 생각보다 글 쓰는 게 귀찮아서 더 이상 블로그를 하지 않게 되었다.


첫 직장에서 퇴사를 하고 난 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운동을 하기 위해 평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러 집 밖을 나섰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고, 바람을 타고 낙엽 냄새가 함께 났다. 너무 평온하고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이 느낌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 느낌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은데 가장 좋은 방법은 글로 쓰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때 브런치를 처음 만났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작가 신청을 했다. 결과는 탈락. "아 이거 생각보다 만만치 않네?" 그리고 다음번엔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작가 신청을 했다. 결과는 또 탈락. "뭐야 뭐가 이렇게 야박해!! 난 그냥 글을 쓰고 싶다고!!" 그렇게 브런치 작가 도전은 잠시 미뤘다. "뭐 브런치 말고도 글 쓸 수 있는 곳은 많아" 

그 후로도 난 꾸준히 글을 썼다. 100일 글쓰기 챌린지를 하며 100일 동안 주제에 맞는 글을 썼고, 온라인 글쓰기 챌린지를 통해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어 왔다. 


작년 초, 여행기를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썼다. 6개월간 틈만 나면 글을 썼다. 퇴근하고 나면 카페로 가서 글을 썼다. 하지만 포기했다.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글을 쓰고 있는 난 너무 힘들고 불행한데 글 속에 난 너무 행복했고 즐거운 것이 느껴졌다. 마치 거짓말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너무도 달랐다. 그 차이과 간극 사이에서 괴로워했다. 그래서 포기했다. 이것은 내 글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달간 글을 쓰지 않았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작년 10월쯤이다. 깜깜한 밤 편의점에 앉아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짜 나의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편의점 인간의 주인공처럼, 청소 일을 하고 있다던 작가님처럼, 죽고 싶지만 떡볶이가 더 먹고 싶다던 그분처럼, 조금 지질하지만 조금 모자라지만 조금 느리지만 그런 나를 한 번 써보고 싶었다. 부끄러워서 늘 감추고만 싶었던 나의 모습을 한 번 글로 써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글 쓰는 게 즐거웠다. 더 이상 감추지 않아도 되었고, 글 속에 나와 현재의 내가 같은 모습이니 괴리가 느껴지지도 않았고 괴로워할 필요도 없었다. 어쩔 땐 내 모습이 참 우습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열심히 글을 써나갔다.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글을 어떤 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지 정확히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랬기에 결과는 또다시 탈락. 세 번 떨어졌다. 하지만 전처럼 화가 나진 않았다. 나 스스로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올해 2월부턴 그동안 하던 편의점을 그만뒀다. 그래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졌다. 그래서 더 글을 많이 쓸 수 있었다. 그렇게 6개월간 글을 썼다. 그리고 이제는 글의 콘셉트와 주제 그리고 목차까지 만들어 보니 어느 정도 준비가 된 듯해 보였다. 그래서 다시 브런치에 도전했다. 네 번째 도전이었다. 결과는? 항상 "아쉽지만..."으로 시작되었던 메일 첫 문장이 처음으로 "축하합니다!"를 받았다. 합격이었다. 카페에서 작지만 크게 "우와!!"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브런치를 통해 그동안 방구석에서 혼자만 글 쓰고 혼자 읽고 혼자 좋아하던 내 글이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5월 14일 작가 신청을 하고 19일에 합격 통보를 받고 20일에 합격을 확인했다. 그리고 23일에 첫 글을 올렸다. 너무 떨려서 몇 번이고 읽고 읽었다. 그렇게 첫 글을 발행했다. 누군가 내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아직 구독자도 0명인데 어떻게 내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렀을까.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신기한 일상을 한 달간 이어오고 있다. 사실 지금도 내 글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글은 2-3일에 한 번 업로드했다. 처음엔 조회수가 많지 않았다. 20-30이 평균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조회수가 100 단위를 뛰어넘기 시작하더니 그 날만 700회를 넘겼다. 알고 보니 내 글이 브런치 메인에 실렸던 것이다. 겁나 신기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게 되었고, 좋아요와 댓글 그리고 구독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브런치 메인이 아니라 다음 메인에 글이 실리면서 조회수는 1,000 단위를 넘어 10,000 단위로 뛰어넘어버렸다. 처음엔 어디서 이렇게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는지 도통 몰랐다. 구독자 유입경로에 "기타"라는 게 뭘 뜻하는지 몰라서 찾아보니 다음을 타고 들어 온 것이었다. 



요즘은 카카오톡 창을 여는 횟수보다 브런치 앱을 여는 횟수가 더 많아진 것 같다. 은근히 숫자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조회수가 얼마나 되나. 고독자는 몇 명이나 늘었지? 댓글은 달렸나? 좋아요 수는 몇 개지 하는 것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뭔가 유튜브 하는 사람들이 왜 좋아요와 구독에 그렇게 집착을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아직 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그래서 앞으로도 글을 계속해서 써내려 갈 것이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전 보다 시간이 더 더 많아졌다. 사실 지금 이 시간은 일을 하고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글을 쓰고 있다. 그렇다 이제는 더 이상 은행 경비원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회사를 나오게 된 것도 앞으로 글로 쓸 예정이다.


브런치가 나의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앞으로도 어떻게 바뀔진 모르지만 지금 보다 불행해지더라도 괜찮을 거 같다. 난 항상 불행해 왔으니까. 물론 행복해진다면 좋겠지만 불행해도 괜찮다. 또 좋은 일이 찾아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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