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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진 Feb 20. 2023

자월도 마고할미

공깃돌

자월도할미_2023_110x165cm_digital hanji printing&hanging scroll

...그리고 치마폭에 흙을 가득 담아 산을 쌓다 완성하기 직전 와르르 무너지려 하니까 마고할미는 화가 나서 산을 쾅 내려치자 흙더미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자월도 앞 여러 개의 섬들이 되었어.마고할미는 가끔 선단여를 봇돌 삼아 오줌을 누었는데 덕분에 자월도는 물이 마르지 않고 물고기가 끊임없이 잡혔다고 해. 자월도에 몸을 담그고 노는데 새우들이 옷으로 쉴 새 없이 들어오기도 했어. 한가득 새우를 담아 자월도로 오던 중 바위섬에 걸려 넘어졌는데 그 이후 서해에는 새우가 풍년이라는 말이 있지.

거대한 마고할미는 붉은 달이 뜨는 자월도에서 공기놀이하는 것을 좋아했어. 자월도 북쪽에 있는 팔선녀 뿌리의 갯바위는 예쁘고 단단하기로 유명했는데 그 갯바위를 떼서 며칠 동안 곱게 다듬어 공깃돌로 삼았지.

공깃돌_2023_59.4x 84.1cm_Digital Hanji Printing

자월도할미_2023_59.4x 84.1cm_Digital Hanji Printing

힘이 센 마고할미는 무거운 공깃돌을 가지고 놀다 놓칠 때면 물고기들과 어부들이 깜짝 놀라 도망을 치곤했어. 서해를 지나다가 그것을 지켜보던 바람의 신 영등 할미가 마고할미를 골려 줄 생각에 공깃돌 다섯 개를 공중에 휙 던지고 꺽기를 하려는 순간, 입 한가득 바람을 모아서 공깃돌을 먼 바다로 깊숙히 날려 보냈어.

마고할미는 공깃돌을 찾으러 바닷속 깊이 내려가던 중 용궁을 발견했는데 여기저기 부서져 있고 물고기들은 우왕좌왕 하고 있었지. 마고할미는 공깃돌을 가지고 있던 용왕에게 잘못을 고한뒤 다른 바다에 가서 좋은 일을 하는 조건으로 붉은 보름달이 뜨는 날에만 공깃돌을 가지고 놀겠다고 약속을 했어. 그 길로 멀리 떠난 마고할미는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해. 그 동안 서해에서 좋은 일을 했던 마고할미를 기리고자 공깃돌을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았어. 자월도에 붉은 보름달이 뜰 때면 국사봉에 올라 해안을 내려다보며 공깃돌이 솟아오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고 해. 공깃돌은 오랜 세월 파도에 구르며 점점 더 동그랗게 변하고 있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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