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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희진 Feb 17. 2023

섬담(島談)

양희진 개인전

망향(望鄕)_2022_59.4x 84.1cm_Digital Hanji Printing



전시소개
한복을 소재 삼아 설화 속 인물을 풀이하며 주제 삼고 있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민담, 설화의 텍스트를 현대적이고 깊이 있는 이미지로 시각화 하고자 한다. 피사체 중 인물이 주요한 소재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에 주목하고 대상에 빙의 된 듯 순간의 장면과 흐름을 읽어낸다. 옛것의 기원과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을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재해석하고 관계성을 그려내고 있다.이번 전시는 인천 섬에 얽힌 다양한 해양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백령도 심청이, 자월도 마고할미, 연평도 임경업장군 등). 윤색되어진 지난 기억과 시간을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다루어 기록하고 이러한 물리적인 요소를 통해 과거의 잔향을 불러 일으켜 ‘한국의 미’ 를 알리고자 하는 함의를 가진다.

작가노트
나의 작품의 거시적인 주제는 '한국의 정서’ 이다. 후가공이 없는 시대상 이미지와 같이 순수한 카메라의 힘으로 담아낸 장면들은 한국의 사회적, 문화적 측면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대상을 촬영하는 것은 과거를 풀이하는 나의 작업 방식이며, 대표 작품 중 하나인 ’소풍’은 작업에 대한 의도를 반영하고 여러 소재로써 풀어내고 있다.자연물과 한복을 소재로 하는 이유는 시대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특히 한복의 아름다운 색, 그 중에서도 오방색이라는 전통색상의 기원과 아름다움에서 작업에 관한 방향성을 찾기도 한다. 또한 관객들이 이미지를 보는 것과 동시에 그 이면의 내용까지 유추하고 읽을 수 있는 작업을 추구한다. 초상화와 같은 정면의 직관적인 구도는 나의 비언어적 접근이며, 이중노출 기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단청색과 같이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 표현하는 방식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많은 개념을 담고 있는 오방색에서 특히 ‘연결’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현재와 과거의 주파수를 맞추고 시공간을 함께 공유하여 연결하고자 하는 의도를 바탕으로 한다.


심두(心頭)_2022_59.4x 84.1cm_Digital Hanji Printing

망향(望鄕)_2022_59.4x 84.1cm_Digital Hanji Printing

prologue

서해안 바닷길을 따라 퍼진 수많은 신앙들은 제주도 선문대할망, 전북 부안의 개양할미, 덕적군도의 망구할매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임경업 장군과 최영 장군이며, 이들은 모두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민중을 보듬어주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해양 신앙으로 재탄생 되기도 했다. 임경업 장군의 또 다른 모습은 인천의 연평도 해신으로도 표현되었다. 한국과 중국 설화에 등장하는 창세신(거인여신) 마고 또한 한국의 각 지역에서 관련 전설이나 마고를 모시는 사당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고 이름과 모습이 다른 다양한 할미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거인의 마고 할머니로 전해오지만, 중국에서는 마고 선녀로 더 익숙하다고 한다. 고대에 한중 교류를 알려주는 국제적인 해신들도 등장한다. 서양에 포세이돈이 있다면 중국에는 마조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용왕이 있다. 용왕은 황해를 사이에 두고 한국, 중국 모두에게 공통된 해신이다. 심청전과 토끼전 등에 나오는 일찍이 우리에게 익숙한 설화의 대상이기도 하다. 서해안 곳곳에 토착화되고 일부는 당집과 결합하고 일부는 불교 사찰과 함께하기도 한다. 한국과 중국의 바닷길에 위치한 연평도는 조기 등 어업의 중심지로서 수많은 배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그들로부터 구전되어 왔던 온갖 전설과 설화는 신화로 승격되고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그들의 신화는 바닷길을 따라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심청은 어려서부터 효도로 아버지인 심학규(沈鶴奎)를 극진히 모셨어. 어느 날 심학규는 공양미 300석을 바치면 깨어날 수 있다는 중의 말을 듣고 공양미를 시주하겠다고 약속을 했지. 하지만 구할 방법이 없어 한숨을 앓기 시작하고 전전긍긍하던 도중 심청이가 이를 알게 되고 공양미 300석을 마련하기 위해 심청은 뱃사람들에게 본인을 팔고, 뱃사람들은 심청이를 인당수의 제물로 사용하기 위해 심청이를 샀어. 당시 인당수는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배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다고 알려진 곳이기도 했지. “아이고, 아버지! 불효 여식 청이는

추호도 생각 마옵시고, 어서어서 눈을 떠서 대명천지 다시 보옵시고, 좋은 계모 맞아들여 칠십 생남하옵소서!"


인당수 푸른 물결 넘실거릴 때

만고 효녀 심청이는 뱃전에 올라서

두 손 모아 신령님께 우러러 빌 때

물새도 울었다네 사공도 울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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