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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랜베리 Jul 25. 2023

어떻게 그걸 버텼어?

나는 인간관계에서 조금이라도 내게 악영향을 미치면 손절하는 편이었다. 그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저 인간과 함께 하느니 난 차라리 혼자가 될래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


물론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했던 20대 초반까지는 손절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친한 친구라는 명목으로 자주 만나던 친구가 은근히 스트레스를 주는 게 느껴지는데 현타가 왔다. 처음에는 '그래도 가장 오래된 친구인데', '그동안 함께한 추억이 있는데' 하고서는 관계 유지에 힘썼다.


그런데 그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항상 기분이 안 좋았다. 찜찜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잠수를 타버리고 차단을 했다. 그것이 내 인생 첫 손절이었고 그 이후로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바로 손절을 때렸다. (그래서 나도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연애를 할 때도 마음이 한순간에 식고 정 떨어진 경험이 있었다. 물론 당시 내 상황이 안 좋았던 탓이 겹쳐서 그런 거겠지만 그때도 난 그런 마음으로 한순간도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답답함에 헤어짐을 고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니 다시 그리워져서 잡기는 했어서 그때 깨달았다. 헤어짐이라는 것은 생각을 또 하고 또 해서 해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그런데 K는 나보다 훨씬 참을성도 많고 관계의 소중함을 아는지 굉장히 신중했다. 나였으면 진작에 도망갔을 상황에서 버티고 잘해보려고 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진짜 K는 참 참을성도 많고 책임감도 있고 신중한 편이구나. 그런 K의 모습이 좋게 보였다. K의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신중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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