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랜베리 Sep 22. 2023

각자에겐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삶의 다양성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하기를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공부를 안 하면 내 인생에 큰일이 생길 것 같아서 꾹 참고 공부했던 것 같다. 근데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최상위권의 점수를 받아본 적은 없고 전부 중상위권이었다.


반면 팽팽 노는 듯해도 언제나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전교권 친구도 있었고 K처럼 다른 건 하위권이지만 특출 난 재능을 보이는 과목이 있기도 했다. 내 동생은 시험기간에도 공부를 안 할 정도로 시험에 무감각했는데도 이상하게 최하위권의 성적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던 걸로 알고 있다.


다 저마다의 특색이 있는 성적표였다. 하나도 같은 사람은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그래도 이름 있는 대학에 갔단 생각에 뿌듯했지만 같은 학년 동기들과 경쟁을 하면서 나는 공부에 소질이 없는 걸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과가 정말 안 맞는 듯하기도 했고 공부자체가 질려버리기도 해 공부엔 힘을 빼고 책을 읽는다던지 연애를 하거나 정보를 모은다던지 다른 관심사에 빠져지 냈다.


그래도 개중에는 힘들이지 않고 높은 성적을 유지해 장학금을 받는 친구는 나오기 마련이었고 결국 적응에 실패해 자퇴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때론 전과를 하거나 편입을 시도하거나 반수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음은 물론이다. 어찌어찌 졸업을 하고 나니 내게 공부의 길은 여기 까지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꾸준히 하며 대학생 때까지 어찌어찌 끈기로 잡고 있긴 했지만

내겐 애매한 성적표만 항상 돌아올 뿐이었다. 그래서 난 내게 공부끈기는 있어도 공부재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공부도 더 하기 싫고 커피나 내려보고 싶은 마음에 도전한 게 바리스타였다. 나는 바리스타가 쉬운 줄 알았다. 나보다 어린 고졸선배들은 저렇게 잘 적응하고 빠릿빠릿한데 공부만 해와서 손이라고는 느려터지고 빠릿빠릿하지 못한 나는 새로 들어오는 후임에게 항상 밀리기 일쑤였다. 혼나기도 참 많이 혼났고 나보다 항상 빠릿빠릿하던 선후배들을 보고 그때 느꼈다. 고졸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되겠구나. 분명히 대졸인 나보다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부분이 있었다.


바리스타와 콜센터 경험은 그때 내게 그런 깨달음을 주었던 경험이었다. 대졸인 내가 고졸인 사람보다도 못쓸 사람일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여기도 잘 버텨보기가 힘들어서 나왔는데 머리를 쓰는 직업을 오랫동안 준비해서 시작했으면 난 끝장이었겠구나 생각했다.


어느 곳에서든 어중간하고 애매한 재능을 보이던 나는 뭘 해 먹고사나 이런 고민이 참 컸다. 아무 때고 들어갈 수 있는 회사에서도 힘들어서 탈출한 나인데 간신히 알바 자리 하나 차지해서 지금까지 연명 중이다.


그래도 이러한 경험들이 나에게 큰 자산이 된 것은 내가 누굴 만나도 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계기가 되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각기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참 다양했다.


난 내가 잘났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끈기 하나는 타고났다고 자부하지만 어떤 분야던 두각을 나타내는 재능이라곤 없는 몸이다.


그리고 고3 때 크게 앓은 이후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람에게는 우열이 없다는 걸 깨달은 이후로는 항상 겸손한 자세가 갖춰졌다. 나보다 못하는 게 있는 자도 나보다 우월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남을 함부로 판단하고 재단하지 않게 했다.


그런 인생인 내가 그래도 우연한 기회에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난 내가 특별히 잘난 인간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고통을 견디며 지금껏 살아온 일개 인간일 뿐이고 지금 나를 옆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참 다행인 인생이라 생각한다.


끝없이 노력하고 부딪혀가며 겸손을 배웠고 사람들을 얻었다. 인생의 진리를 가르쳐주었던 그 시간들에 참 감사할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엄살이 아닌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