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10년 사귄 전여친은 내가 파악하기로는 남편에게 있어서 그닥 좋은 여자가 아니었다. 공주대접을 바라고 연락으로 집착하고 서운한 일은 분기별로 얘기 해대야 하며 징징거리고 애 같은 여자였다. 남편은 그런 전여친에게 휘둘리며 순순히 맞춰줬을 것이다. 그에게 연애는 너무 힘들고 책임감이 들어가는 노동이었을 테다.
나는 그가 연애를 노동이 아닌 놀이라고 인식하길 바랐다.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한 여자를 케어하는 것이 연애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와 편안하고 따뜻한 상태에서 서로 감정을 교류하는 놀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알콩달콩 연애를 한다는 게 비싼 호텔, 최고급 음식, 오션뷰를 여자에게 대접해 주는 게 아니라 한여름밤 한강에서의 별자리 피크닉,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즉석 떡볶이집, 자전거를 타고 호수 한 바퀴를 도는 데이트들로 힐링을 하는 시간이란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때때로 내게 기대어 쉴 수 있고, 우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고민들도 함께 나누고 편안하고 소박한 데이트들로 그의 일상이 행복으로 물들기 바랐다.
여자는 책임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사랑하고 함께 발맞춰 걷는 동반자이고, 데이트는 남자가 여자를 대접하는 노동이 아니라 남녀가 함께 즐거운 놀이라는 것을 알게 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