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처럼 걷다

by 김희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이곳에 설 때마다

처음인 듯

숨이 고요해집니다

돌로 쌓아 올린 시간이

하늘을 향해 열려 있고

조각 하나마다

사람의 손길과 기도가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감탄이 먼저 앞서고

그 뒤를 따라

이유 없는 감사가

가슴 깊이 차올랐습니다

누군가의 믿음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우리는 그 안을

성지처럼

조심스레 걸었습니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려오는

기도의 울림에

우리의 마음도

조용히 얹어 두었습니다

너무도 웅장하여

작은 핸드폰 렌즈에는

다 담을 수 없었던 순간

그래서 나는

눈으로 기억된 그 섬세함 속에

조용히 머물며

그 작품의 일부가

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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