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아이들의 병원놀이

by 김희진

코로나의 긴 시간
세상은 서로를 멀리 두고
문을 닫고 숨을 고르던 날들
그 방 안에서는
아이들이 병원을 열었다
하얀 모자를 눌러쓴 소영이
마스크를 쓴 준하가
작은 의사와 간호사가 되어
“할아버지, 어디가 아프세요?”
묻는 말 한마디에
걱정보다 먼저 사랑이 담기고
작은 손으로 건네는 약과
서툰 붕대 감는 손길 속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치료가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아픈 사람처럼 누워 있으면서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 웃음은
아픔이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건네받은 기쁨
닫힌 시간 속에서도
아이들은 문을 열고
할아버지에게 다가와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마스크 너머로
숨은 가려져도
사랑은 더 또렷해지고
그날 그 작은 방에서
낫고 있던 것은
몸이 아니라
세 사람의 마음이었다

작가의 이전글성지처럼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