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꽃지나,목련 앞에선 김희진

by 김희진

어룡교를 건너는 길에
벚꽃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하얀 꽃잎이
길 위에 조용히 내려 앉고
그 사이를 걷는 시간은
말이 없어도
지나온 세월이 가볍게 어깨에 내려앉는다

꽃잎 따라 사뿐사뿐 걷는 길
아파트 담장 곁에
백목련 한 그루 기대 서 있었다

흩날리는 꽃과 달리
그 꽃은 머물러 있었고
나는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날의 길은
스물세 해의 시간을 품고 있던 길

꽃들도
우리의 시간을
잠시 붙잡아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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