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딜방아

by 김희진


김희진



청보리밭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어머니 모습이

떠오르는 걸까요

물결치는 이랑사이로

아지랑이 밀려오던 봄날

허공 속 노랑나비 한마리

허기진 배 채우지 못해

눈이 아득하던 시절

열살배기 두 몸짓이

디딜방아에 매달려

미끄러운 보리 껍질 벗기려다

삐걱대던 방아고

어머니 손가락 칭가았습니다

배고프다고 칭얼대면서도

시키는 일 하기 싫어

억지로 하던 그 마음을

디딜방아는 먼저 안 것 같습니다

신음처럼 새어 나오던

어머니의 몸부림

끝내 굽은 손가락이 된 검지의 통증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그 마음

이제야 알것같습니다.


(경북 예천 사투리:칭갔다= 다치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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