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제작 일기
슬램덩크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배가본드'는 10년이 넘게 휴재 중이다. 북산과 산왕의 경기, 그리고 "이 사진이 표지로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라는 끝맺음을 해버린 그의 과거를 알기에 엄청난 기대와 동시에 왠지 모를 불안함이 함께 공존한다. 하지만 60이 된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그저 어떤 식으로든 완결만 내주었으면 좋겠다. (히스토리에도... )
그 작품에는 마타하치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무사시의 어릴 적 동네 친구인데, 늘 주인공의 곁을 지키고 힘이 되어주는 여느 작품의 조연과는 달리 이 놈은 이기적이고 겁 많으며 실력 없는 양아치, 소인배 그 자체의 전형이다.
그런데 ‘배가본드' 전체 스토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바로 이 소인배 마타하치와 관련된 내용이다.(몇 년 전 글에 한 번 올렸었다.) 마타하치의 어머니는 죽기 전에 그에게 “친구인 무사시처럼 성공을 위해 정도를 걷지 못했다 하더라도 너의 삶이 잘 못된 것 만은 아니다. 갈지자로 인생을 돌아 돌아 왔기에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면 그 폭이 넓을 테고, 그만큼 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울 수 있지 않겠냐”라는 말을 한다. 작품에서는 그가 무사시의 이야기를 후세에 알렸다는 설정이다.
얼마 전 촬영한 이종범 작가가 운영하는 유튜브 '스토리 캠프'에 '배가본드' 편이 올라왔는데, 그도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주요 등장인물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도 마타하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탁월한 입담과 방대하고도 깊이 있는 지식이 놀라웠고,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멋졌다.
자신은 '이야기가 참 좋다'라는 말을 만화, 유튜브, 강의 등 여러 방식으로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하는 것을 해야만 하는 현대인들이, 단 한순간 이야기를 즐기는 순간만큼은 자신이 욕망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유한한 내 삶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주고, 나를 나 이상의 무언가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도구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자주 접할수록 개인과 공동체의 삶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듯 보였다.
가만 생각해보니 배가본드를 읽으면서 무사시나 코지로의 탁월함에 감탄하고, 마타하치의 부족함에 공감하며, 그의 어머니의 따뜻한 말에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그 시간이 내 삶을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들었을까? 조만간 다시 정주행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