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 암스테르담
연료
창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나는 왜 창업을 한다고 했을까? 동기는 뭘까? 창업 아이템이 너무 좋아서?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기 싫어서? 기질이 사업가라서? 사회에 혁신을 가져다주기 위해? 돈을 많이 벌려고?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위에 언급한 것들은 아닌것 같다. 공기업 퇴사 후 세 곳의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 사실인데, 결국 성장하고 싶은 내 욕구와 얼라인 되지 않는 환경 때문인 것 같다.
회사의 실적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조직이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더 높은 가치를 지향하느냐 아니냐와 관련된 문제였다고 할까. (이것은 일하는 방식, 회사의 문화, 채용과 인사 등 많은 부분에 영향을 준다.)
결국 스타트업은 창업자의 그릇인 터라. 창업자가 지향하는 가치와 성장 방식이 내 기대와 달랐던 것이다. 그들 또한 각자의 생각과 입장이 있을 것이고, 나는 고용인이니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밖에.
하지만 더 무서운 점은 그런 환경에 조금씩 내가 타협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일을 하면 안되는데’ ‘안좋은 결과가 나올텐데’ 하면서도 ‘본인 회사인데 알아서 하겠지’ 싶기도 하고, ‘이 정도 까지만 하면 되겠지’ 하며 끝까지 안가보는 마음이 드는 거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행동하면 사실 편하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되고, 부딪힐 일이 없으니 모두가 적당히 만족한다. 그런데 이게 건강하지는 않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모험과 갈등을 회피하는 선택이 쌓이는 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험이 쌓이면서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눈에 더 많이 들어오는데, 동시에 열정은 줄어들고 수입에 만족하며 편안함을 선택하게 된다고 할까? 문제의식은 더 명확해지는데 행동은 줄어드는 거다.
어쨌든 나는 회피하거나 타협하기 싫어하는 사람이고, 회사나 창업자가 그 속도와 실패의 과정을 함께하며 내 시간을 희생할 만큼 신뢰감을 주거나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내 희생이 실패든 결실이든 후회나 미련이 없으려면, 핑계 댈 거리도 없는 내 선택이자 내 회사였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작년 말 올해 초, 2026년의 목표를 설정하는데 주니어들이나 팀원들이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은 쉽게 도출되었지만 정작 내 목표는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이 조직에서는 내 역량이나 경험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성취가 불가능할 것 같았고, 그 때부터 다음 행보는 창업이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던 것 같다.
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