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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슬 Apr 29. 2024

첫 만남

편견을 깬 아이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는 편견을 이렇게 말한다.



오류가 있으나 완고한 일반화가 기반이 되는 혐오



성적이 낮은 학생을 바라보는 나의 편견은 이렇게 시작된다.

게으르고, 무책임하며, 주변 어른의 무관심 속에 성장한 아이. 이런 나의 선입견 조차 또 다른 모습의 혐오였다는 것을 고든 올포트는 잔인하도록 깔끔하게 설명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중3 아이는 자신의 연필은 초4에서 멈추었다고 말하는 태도부터 거슬렸고, 생기 없는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표정을 들키기 전에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즐겁게 집중하는 일이 있는지를 별 기대 없이 물어보았다.

 

구부정한 어깨로 발끝만 보던 아이가 성적과 무관한 이야기로 화제를 바꾸었더니 미간 주름을 만들며 나와 눈을 맞추려고 고개를 든다. 폐자전거와 중고 자전거 부속품들을 재활용하여 독특한 디자인을 입혀 세상에 하나뿐인 자전거를 만드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 종종 ㄷ마켓에서 판매도 한다고 하길래, 나의 편견은 또다시 의심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판매해 봤다면 신뢰온도가 몇 도니?"


놀랍게도 아이의 신로온도는 40도가 넘었다. 미안했다.

고든 올포트가 경고했지 않는가. '완고한 일반화의 오류'가 유리창처럼 깨지며 내 얼굴로 파편이 전부 튀어 박히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이와 유사한 당혹감을 나에게 준 책이 있었는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디플롯)가 그것이다. 적자생존에 대한 오해를 해온 깨준 책인데, 지금 나의 잘못된 의식을 깨워준 이 아이는 내가 읽어야 할 다음 책처럼 궁금해졌다.  성적만 하위권일 뿐, 이 아이는 누구보다 손기술이 뛰어나고, 마케팅을 체득했으며, 디자인 감각도 우수하다.


각각의 아이들이 성적 등급에 매몰되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어른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아이들이 최소한 패배감에 젖어 10대를 보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잘하지 못하는가?"에 매몰되어 있던 것은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아이가 무엇을 있는가? 에 중점을 두고 동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시작은 두렵지만 늘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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