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친정 엄마의 소망 중 한 가지는 차박으로 전국 일주를 해보는 것인데, 요즘 분위기로 고령 운전자는 혐오의 대상이 되어 엄마는 꿈을 접었다.
69세까지를 '신중년'이라고 칭하는 정부의 노력과 다양한 정책이 마련 중이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황망한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사상자 수의 몇 십배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고통에 허덕이고 있다. 유가족의 고통이야 말할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가운데 노인 혐오가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엄마가 새댁이었을 때, 꼬불한 전화선을 늘어뜨리고 어깨와 귀를 붙인 채 외할머니와 통화하며 찌개 레시피를 알아내셨다고 한다. 내가 새댁이었을 때는 어느 블로거가 알려준 레시피를 따라 해도 엄마의 손맛이 나니신기하다며 엄마에게 그 레시피를 공유했다.
점점 어른들의 경험과 지혜를 묻는 일이 줄어들고, 오히려 엄마가 나에게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법을 묻는 일이 잦아졌다.
질문의 방향이 바뀌면서 지혜와 연륜의 어른들을 존중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 것일까. 검색으로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일들은 내 저변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런 일들은 오롯이 나의 선택만이 남는다. 이럴 때는 그간의 경험과 비과학적인 직감이 필요한데, 이것은 어른들만이 가지고 있는 무기이고 경력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의 원인을 찾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하나의 타깃을 정하고 자극적인 말과 글로 조회수를 높이려는 현상들이 겁이 난다.
More than 50 percent of sudden unintended acceleration accidents in Korea involve drivers under the age of 60, according to government data, contrary to the belief that many such cases are due to operator error by older drivers.
정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급발진 사고의 절반 이상이 60세 미만 운전자에게서 신고된 걸로 드러나, 고령 운전자의 운전 실수로 인한 경우가 많다는 통념과 상반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화 원더랜드(김태용 감독)에서 정유미 배우의 말이 불현듯 위로가 된다.
"진짜가 가짜가 되는데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더라."
가짜 뉴스에 속지 않고, 얕은 뉴스를 구별할 줄 아는 진짜 검색이 필요한 시대에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늘었다. 그전에 감독 빔 벤더스의 일본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러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