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벽

완벽

by 여슬

벽이 느껴진다. 세상과의 벽이, 그리고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여러 개의 벽이 파티션처럼 J를 감싸는 듯했다. 손글씨로 가득 찬 벽을 꾸며 J는 글쓰기 스튜디오로 쓰려고 계약한 공간의 벽을 화이트보드로 빙 두르는 시공이 인테리어의 전부다. 이제 멋진 글의 문구들로 이 네 가지 벽을 네 가지 주제로 구분하여 J는 채워갈 것이다. J는 우선 가장 안 쪽 벽에 시를 한 편 적어본다.

달라이 라마께서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중국의 한 감옥에서 풀려난 티베트 승려를 친견했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심했느냐는 물음에 승려가 잔잔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고 한다. “하마터면 저들을 미워할 뻔했습니다 그려!” 그러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승려의 두 손이 가만히 떨렸다.

이시영, 친견


문학평론가의 도움 없이는 도통 읽기 어려운 장르가 시인데, 이 시는 그런 거리감이 없다. 세상이 벽으로만 싸여있는 것 같던 J에게 이제 이곳은 인간다움이 감싸주는 하나의 아지트가 되어줄 것 같다. 조용히 나머지 벽을 채워나갈 손글씨를 기다리며 J는 조용히 전기포트에 물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