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 열두번째, 저 멀리
사별 경험자를 위한 미술 치료
오늘부터 새로 미술 수업을 듣는다.
아침부터 서둘러 끼니를 챙겨 먹고 나섰다.
예전 같았으면 설렘이 가득했을 텐데,
요즘은 무엇을 해도 감흥이 없다.
5월 중순에 시작한 미술 치료
벌써 12번째 상담이었다.
10번째 상담 때 느낀
감정의 레이어드가 걷히고
다시 한번 어둠을 만난 상태
그 상태 그대로 지냈다.
애써 밝아지려 노력하지 않고
그냥 그 감정과 함께 지냈다.
나의 인생을 그리면
언제나 엄마가 중심부에 있었다.
엄마가 없는 지금
나의 인생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
지금의 마음을 표현해보기로 했다.
눈을 감고 생각했다.
고되어도 같이 나란히 걷는 엄마가 있기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어느 날 열심히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니 엄마가 멀어져 있었고
잠시 후
모래가 되어 흩날리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무서운 소용돌이 속에 피를 흘리다
그 안에 뚝 떨어져 버렸다.
어둡고 고요하고 먹먹한 곳에 갇혀버렸다.
뒤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상담사분이 엄마를 다른 곳에
그릴 수 있는지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저 멀리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곳에
초승달을 그렸다.
엄마와 나란히 누웠던 병원 침대
엄마가 말했었다.
"손을 뻗어봐.
우리 저 달에 소원을 빌자."
그 뒤로 나는 달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곤 한다.
저 멀리 노란 달이
엄마에게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