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 열세번째, 다른 세상
사별 경험자를 위한 미술 치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었다.
왜 이리 꾸역꾸역 먹는지 모르겠다.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 무기력감.
오늘은 이 감정에 대해 표현해 보기로 했다.
매일 눈을 뜨고
요가를 하고
아침을 챙겨 먹고
그렇게 하루가 또 간다.
감정에는 감흥이 없고
반짝이는 무언가를 잃었다.
1년 반
긴 시간이 아니었나 보다.
아직은 엄마를 떠나보낼 수가 없다.
이겨내 보려고 애를 썼다.
괜찮아지고 싶었다.
그럴수록 겉도는 감정에 더 불안해져 갔다.
이제 가라앉은 채로 있어보기로 했다.
예전에 느꼈던
세상에 대한 호기심, 그 반짝임
물 위에 떠 있게 지지해 준 엄마
함께 기뻐하고 슬퍼했던 엄마
신명 나게 세상을 살아내고 있었다.
엄마가 사라진 뒤,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바닷물의 반짝임을 볼 수 없고
느리게 생각하고 느리게 움직인다.
무거운 무언가가 나를 차분하게 한다.
표정을 잃었고, 감흥을 잃었다.
물속을 뚫고 들어 온
한 줄기 빛이 보이지만
바라만 볼뿐이다.
당분간은 이대로
상담사분이 그림의 제목을 지어보라고 하셨다.
머릿속에 이런저런 단어들이 스쳤다.
그러다 '다른 세상'이란 단어가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어쩌면 회복을 위해 애쓰고
이겨내려고, 극복해보려고
노력하기보다,
엄마가 없는 다른 세계에 들어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지 모른다.
낯설고 두렵고 어렵고
새롭게 적응해 나가야 하는 거다.
빠져나가려 애쓰지 말자.
나는 다른 세상에 들어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