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 열한번째, 나의 길

사별 경험자를 위한 미술 치료

by 평생사춘기

이번 주는 유독 약속이 많아 정신이 없었다.

뭔가에 끌려가듯 시간을 보내고

늦잠을 자고 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한주 동안 마음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몇 번 남지 않은 상담의 끝에

어떤 마음이고 싶은지,

'엄마의 존재가 내 삶에 너무 컸다.

그래서 엄마의 죽음이 내 삶 전체를

무너져 내리게 했다.

이제는 엄마의 부재라는 사실에서

조금 더 분리되어

나의 삶에,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림으로 표현해 보기로 하고

눈을 감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혼자서도 잘해왔는데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고

항상 무언가에 바쁘게 해내며 지내왔는데

이토록 엄마의 부재가 나를 무너지게 할까.

그리고는 떠올랐다.

엄마는 내 옆에서 내 손을 잡고

함께 걸어준 게 아니라

내가 잘 걸을 수 있도록 지지대가 되어주셨다.

반듯한 길을 닦아

내가 넘어져도 많이 다치지 않고

일어나 다시 걸을 수 있도록...


엄마가 사라진 지금

나는 돌도 가시도 박혀있는

비포장 도로를 걷고 있다.

넘어지면 아프고 일어나 지지가 않는다.

상담사분이 물었다.

"잘 걸어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조금 큰 돌들을 꽂았다.

"이것들이 무엇일까요?"

"내 안에 있는 것들,

엄마가 키워주시고 심어주신

내 안의 단단함, 성실함, 정직함"


아무리 엄마와 함께 있듯이 생각하고

대화해도 힘들었다.

엄마는 내 곁에 없으니까.

그런데

엄마는 내 안에 있었다.

그 긴 시간들

엄마의 사랑과 정성

엄마의 눈물과 기도

엄마의 기쁨과 웃음

내 안에 자라 나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

나는 나의 길을 걷는다.

엄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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