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 열번째날, 진짜 감정

사별 경험자를 위한 미술 치료

by 평생사춘기

며칠째 불안감에 휘감겨 있는 꿈을 꾼다.

오늘도 불편한 마음으로 눈을 떴다.

비가 와서 인지 아빠가 집에 계셨다.

거실에서 틀리는

오래된 휴대폰의 쨍한 노랫소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럴 때면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상담 이후

마음이 내내 힘들었다.

엄마 생각이 자주 나고 우울해졌다.

괜찮아진 줄만 알았는데

숨을 크게 들이마셔야 할 정도로

마음이 아린다.

오늘은 지금 이 감정에 대해

표현해 보기로 했다.


눈을 감고 생각을 하자니,

어두운 무거운 바닷속에 가라앉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가라앉고 있었다.

분노

우울

희망

활기

많은 감정들을 지나왔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구나, '

'좋아지고 있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들이 걷히고

그것들이 감싸고 있던

사리지지 않은

깊은 곳에 있었던

진짜 감정을 마주한다.


그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니

오히려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차라리 계속 가라앉아 바닥을 마주하리라.

그렇게 바닥을 둘러보며 걷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다시 빛을 보겠지.


상담사분이 물었다.

"왜, 무엇 때문에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나도 모르게

하지만 주저 없이 말했다.

"저는 저를 믿으니까요,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엄마가 내게 넘겨준 것

언제나 긍정적인 면을 보고,

할 수 있다고 믿고,

결국 해내는 자신을 믿는 것

'근자감'

근거는 없지만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나에 대한 믿음

엄마는 알까?

엄마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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