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무지개빛 마음

2016년 6월의 쉼표 : 동유럽

by 평생사춘기




어느덧 사회생활 7년 차, 일에 대한 열정과 성장보다는 삶의 여유와 행복이 조금 더 중요해질 때였다. 마침내 오랫동안 미루었던 숙제를 하기로 했다.

직장인이 되어 가장 후회되는 지난일 중 하나는, 대학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갔다 오지 않은 것이다. 길어야 일주일, 머나먼 그리고 멋진 유럽을 가기엔 직장인의 휴가가 한없이 짧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었던 유럽,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 현충일을 끼고 12일 계획을 세웠다. 드디어 간다.

그 첫 목적지로 동유럽을 선택했다. 아기자기 여러 나라를 둘러볼 수 있고, 악명 높은 소매치기가 많은 서유럽이 겁 났던 것도 사실이다. 나에게는 소심하지만 새로운 도전이었다. 미국과는 사뭇 다르게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걱정되었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내 모습, 겁쟁이. 이번에도 잘 해내 보자. 이렇게 세상에 겁나는 것들이 하나 더 지워지겠지.




<부다페스트, 헝가리>


대망의 첫 도시는 ‘부다페스트’, 근처에 댄스 이벤트가 있어,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선택된 곳이었다. 마침 유럽의 3대 야경으로도 유명하니, ‘나도 여기 가봤다’ 말하고 싶어 가보자 했다.

기분 좋게 놀러간 곳인데, 왜 그랬을까... 멋진 야경을 보며 내려오는 길, 세체니 다리를 걸으며 괜스레 자꾸 짜증이 올라왔다. 아직 내려놓지 못한 무언가가 마음에 있었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은 날이 불만이었나, 아직도 모르겠다 그날의 내 마음을.

배고파 헤매 이면서도 메뉴를 못 정하고, 환전한 돈이 모자라 숙소까지 40분을 걸어가야 했다. 지나고 나니 피식 웃어넘길 수 있는 추억이 되었는데, 꼬인 마음이 꼬인 하루를 만들었다.




<할슈타드, 오스트리아>


동화같은 작은 호수 마을 ‘할슈타드’, 우연히 사진을 보고는 꼭 가보자 했던 곳이다. 오스트리아 ‘빈’을 가면 딱좋은 동선이었는데, 굳이 몇 시간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시작부터 추적추적 비가 왔다. 그래서인지 풍경들이 더 깨끗해 보였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엔 그렇게 남았다. ‘부다페스트’에서는 해도 쨍쨍하고 날씨가 더 좋았는데, 여기서는 짜증이 날 법한 날씨에도 신이 났다. 참으로 알수 없는 사람 속이다.


알프스를 만만하게 보고 생각없이 반바지를 입고 산악열차에 올라내리자 마자 산장으로 뛰어올라가느라 정신 없었고, 새로운 음식 경험해보겠다고 말 혓바닥을 시켜 놓고는 한 조각먹고 말았다.‘잘츠부르크’에서는 폭우 속 성 꼭대기에 올라가 뿌연 뷰만 보다 내려왔고, ‘할슈타드’에서는전통의상을 1시간 빌려입어 시간 내 돌아오느라 허겁 지겁 사진을 찍었다.

엉망진창인 사건들로 가득했는데 즐거웠다. 꽁꽁 싸멘 마음을 좀 내려놓으니 작은 일에도 웃음이 나왔다.




<체스키크롬로프, 체코>


아침 일찍부터 나섰다. ‘할슈타드’에서 작은버스를 타고 ‘체스키’로 가는 날이다. ‘프라하’를 가는길에 어렵지 않게 들를 수 있는 곳이라 일정에 넣었다. 차를 타고 국경을 넘을 수 있다니 참으로 편리하고 신기하다.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차 맨 앞자리에 앉아 풍경을 구경하고 있으니 오스트리아를 빠져나올 때쯤 맑은 하늘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늘이 두 쪽 난 듯, 차를 타고시간 여행을 하 듯 말이다. 그렇게 도착한 ‘체스키’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멋진 성의기사들과 마주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을을 싸고 흐르는 진한 황토색 강물과 빼곡히 들어차 있는 빨간 지붕의 집들, 골목 사이사이 세월이 느껴지는 벽돌 바닥이 가득했다.

길을 걷다 자리를 잡고 앉아 풍경을 그리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 멈춰 섰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을 함께 한참 바라보았다. 저기엔 무엇이 있는 걸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남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궁금했다.




<프라하, 체코>


체스키에서와 같은 버스를 타고 '프라하'에들어섰다. 우중충한 날씨가 오히려 도시를 더 낭만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말로만 듣던 로맨틱의 대명사, 프라하, 내가 지금여기에 와 있다... 다소 늦게 도착한 첫 날은 숙소 근처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들어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점점 더 기대가 커져만 간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여니, 기분 좋게 햇살이 살포시 들어왔다. 아, 예쁘게입고 나갈 수 있겠구나! 오랜만에 원피스를 꺼내 입고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골목골목 아기자기, 낭만으로 가득했다.울퉁불퉁한 바닥도 좋았고, 길게늘어선 기념품 가게도 마음에 들었다. 길가에 가득한 그림들이 프라하를 더 이쁘게 만들었다. 목적지도 없이 마냥 걸어 다녔다. 모처럼 마음껏 여유를 만끽했다.

갑자기 쏟아진 비를 피하러 달려간 곳에서 우연히 마주친 마켓, 알록달록한 꽃, 셀수 없이 다양한 와인, 향기 가득한 치즈... 완벽한 이방인으로,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해가 질 때까지 그렇게 한참을 걸어 다녔다.




<프랑크프루트, 독일>


여행의 마지막, 돌아가는 비행기는 8시간 동안 '프랑크프르트'를 경유하는 일정이다. 독일은 처음이다, 틈새도 놓치지 말아야지. 이렇게 이번 여행은 어찌 저찌 5개국을 방문하게 되는,매우 직장인다운 여행 스케줄이 되어버렸다.


프랑크프르트 기차역에서 부터 걷기 시작했다. 지난 부다페스트, 할슈타드, 프라하와는 다르게 딱딱하고 건조한 느낌이다. 대형 쇼핑몰로 가득한 넓은 길을 지나 전망을 볼 수 있다는 건물로 향했다.다소 비싼 금액이었지만 넉넉하지 않은 시간이라 올라가보자 했다. 공사 중인 곳들도 많았고, 회색 빛이가득한 풍경이라 오래 머물지 않고 내려왔다. 해가 쨍쨍하니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심이나 먹으며, 이번 여행을 추억해 보기로 했다.




첫 유럽여행은 오랜만에 설레임을 가득느끼게 해주었다. 가까운 동남아도 아니고, 익숙한 미국도 아닌 곳,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모험이 시작되었다. 버스와 기차로 국경을 넘나들며 깨끗한 자연경관과 예스러운 도시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었다. 방문한 나라의 개수 만큼이나 시시때때로 변하는 내 감정에 귀 기울일 수 있었던 소중한, 잊지못할 여행이 되었다.


야경을 보고 내려가는 길, 여유로운 맥주 한잔이 아름다운 밤
동화 속으로 들어간다.
체스키, 하늘이 예쁜 날
마음내키는대로, 행복한 여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