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아름다운 나의 시간

2016년 9월의 쉼표 : 터키

by 평생사춘기


<이스탄불>


새벽 1시였나...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밤샘 비행을 선택했다. 덕분에 아침 일찍 도착해서 촉촉한 새벽 느낌의 이스탄불과 마주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블루모스크 주변을 유유히 걸어 다녔다. 참 묘한 느낌을 가진 도시다.

이른 아침을 먹기 위해 찾아간 식당에서 우연히 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는지 소소한 주제였던 것 같다. 먹는 내내 유쾌한 대화가 오가고 돈을 내고 나가려 는데, 그냥 가란다. My friend이라면서, 친절한 직원 덕분에 터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길을 걸을 때마다 오가는 눈인사와 관심, 꼬마 아가씨들은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까지 했다. 처음엔 경계심을 가지 조심 또 조심했다. 알고 보니 터키에도 K-POP과 드라마로 한국 사람들에게 호감이 많다고 했다. 여기에 와서 애국심을 느끼게 될 줄이야. 처음 해외에 갔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한국에 대한 이미지, 내가 한 건 아니었지만 괜스레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어디에서도 잘 보이는 멋진 블루 모스크를 끼고 새벽부터 밤이 되도록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서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말이다.




<카파도키아>


'카파도키아', 여기를 오려고 터키를 선택했다. 사실은 ‘카파도키아’란 이름도 생소하고 잘 몰랐다, 단지 오랫동안 나의 버킷 리스트에 있었던 하늘에 자유롭게 떠다니는 열기구를 타보기 위해서였다.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한참을 달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뒤 도착했다. 카파도키아의 밤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어둠 속에 빛나는 동굴 호텔들의 불빛이 신비로운 제3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동굴 호텔에서의 하룻밤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 싶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기념품숍을 둘러본 뒤, D-Day를 위해 서둘러 잠을 청했다.


힘겹게 새벽에 눈을 떴다. 새벽 5시, 호텔 로비로 예약한 업체에서 픽업을 오기로 했다. 너무 일찍이라 그랬는지 날씨가 좋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1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열기구를 타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30분쯤 더 기다렸을까, 업체 차가 도착했다. 날씨가 불안해서 거의 취소될 뻔했단다. 드디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열기구가 떠올랐다.


열기구와 함께 가슴이 벅차올랐다. 참으로 오랫동안 꿈꿔왔던 순간이었다.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 비현실적인 이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10시간을 날아 마침내 여기까지 온 내가 대견하기도 하고, 감동적인 순간을 함께 나누지 못한 가족들 생각도 났다. 이렇게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거구나.

언제나 그렇듯,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 의외의 순간이 큰 감동과 깨달음을 줄 때가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노을이 지는 것을 보러 정상까지 트레킹 하는 '레드 밸리 투어'가 그랬다. 반나절 투어이기 때문에 보통은 10명 정도 되는 사람이 모여 그룹을 지어 이동을 한단다. 하지만 테러 이슈로 시끄러웠던 시기로 오직 3명의 멤버가 모였고 조용히 차분하게 트레킹을 하며 많은 생각에 젖어들 수 있었다. 중간에 잠시 쉬면 마셨던 정말 신선한 과일 주스와 풍경... 정상에 올라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숨소리만 오갈 뿐, 고요하게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봤다. 처음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내가 내 인생에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답을 찾을 수 없는 많은 질문을 던지며 여정을 마무리했다.




<파묵칼레>


그놈의 사진 한 장, 언젠가 봤던 사진들의 강렬한 기억이 나를 이끈다. '파묵칼레'가 그랬다. 온통 하얀 세상, 하지만 추운 눈으로 뒤덮인 것이 아닌 신기한 곳,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스탄불-카파도키아-파묵칼레는 정말이지 터키 땅을 크게 가로질러 삼각형을 그리는 곳에 먼 곳에 위치해 있었다. 추석 연휴 3일 + 주말 2일 = 5일이라는 짧은 여정, 하지만 그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HereI am. 쨍쨍한 날씨에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지만 예상하고 있었다. 이쯤이야. 드디어 하얀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 진흙 같지만 그 보다 더 보드라운 무언가가 발을 감싸는 느낌이었다. 샌들을 손에 들고는 신나게 걸어 올라갔다.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는데도, 나이스 타이밍, 배경에 아무도 없이 깨끗한 배경에서 멋지게 포즈를 잡고 독사진을 남겼다. 이거면 됐다.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터키.
이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고 싶은 일들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직장인의 빠듯한 휴가지만, 언제까지 꿈만 꾸며 마음에 담아둘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나의 시간이니까...


호텔 조식 먹고, 저 멀리 보이는 아침 블루모스크
드디어 해냈다. 나는 하늘 위를 날고 있다.
인생 Sunset, 레드밸리투어
새하얀 나라, 신비로운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