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 여덟째날, 마음따라 걷다보면

사별 경험자를 위한 미술 치료

by 평생사춘기

아침에 눈을 떴는데

빗소리가 촉촉하게 들렸다.

음악소리를 줄이고

빗소리를 한참 듣다 몸을 일으켰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났다.

오랜만에 반바지를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자연스럽게 한주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고

새벽에 있었던 박원순 시장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또 한 번의 허무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열심히 투쟁하듯 살아도

한순간 끝을 맞이하는구나.

나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인생의 유한함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구나.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인생의 목표가 사라지고

길을 잃은 느낌이다.


이 감정에 대해 표현해 보기로 하고

눈을 감았다.

하얀 배경 위에 홀로 서 있는 나

보이지 않는 뿌연 길이 먼저 떠올랐다.

길이 한 발자국 앞에 끝나는지

한없이 펼쳐져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는

자꾸 언니와 조카가 떠올랐다.

다른 생각을 하려 해도 자꾸 떠올랐다.

소중한 사람들

내가 사라지면 가장 마음 아파할 사람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재료들을 둘러보았다.

잡지를 뒤적이다가

여행, 사진, 그림을 그리는 소녀를 보곤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재미있겠다, 하고 싶다.'

설레었다.

깨달았다.

그토록 무겁고 부질없는 질문만 던졌던가.

그냥 지금, 내 마음이 말해주고 있는데

마음 따라 걷다 보면

어딘가에 닿아 있겠지.


발 밑에 모래를 뿌리며 자꾸 욕심이 났다.

하얀색, 갈색을 뿌려 놓고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 보라색

알록달록하게

마음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생기 있는 삶

그냥,

지금,

내 마음이 뛰는 것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이전 08화[미술치료] 일곱째날, 연결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