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집에서 살아내기
작은집에서 지내며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나는 용돈이 없었기에 간식을 사먹지 못했다. 곰곰이 생각하다 연필을 깎아주고 10원씩 받는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나는 연필을 꽤 예쁘게 잘 깎았고, 내 가방에는 10원짜리 동전이 쌓여 갔다. 늘 가방 속엔 동전 소리가 났다. 하지만 연필깎는 기계가 등장하면서 나의 작은 사업은 끝이 나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가방 속 동전 소리를 들은 작은엄마는 그 돈을 어디서 훔쳤느냐며 나를 몰아붙였고, 결국 모든 동전을 빼앗아갔다. 이후 나는 새벽 신문 배달을 시작했다. 새벽 3시면 몰래 일어나 신문사로 가서 신문을 배정받아 날랐다. 신문을 다 나를 즈음이면 항상 동이 터 있었고, 나는 언덕 바닥에 누워 지친 몸으로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그렇게 누워 바라보던 하늘은 유난히도 파랬다.
이후 나는 중학교에 들어갔고, 학교가 먼 탓에 걷다보니 피로가 쌓여 결국 간염에 걸리고 말았다. 한 달간 학교를 가지 못했지만, 그 기간 동안 밤 12시까지 혼자 교과서를 보며 공부만 했다. 그 한 달 동안 내가 먹은 건 흰밥과 구운 김뿐이었지만 버틸 수 있었다.
병이 나아 학교에 복귀한 첫날은 하필이면 모의고사 날이었다. 매일 공부한 덕에 시험은 너무 쉬웠고, 그 시험에서 나는 전교생 500여 명 중 1등을 차지했다. 다른 반 아이들이 ‘김희정이 누구냐’며 나를 보러 올 정도였다. 하지만 어른들은 나를 믿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은 나를 따로 불러 ‘누구 거 봤니?’라고 물으셨고, 나는 어리둥절한 채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보겠느냐’고 답했다.
이후 담임은 나의 실력을 인정하고 가정방문을 하셨다. 칭찬의 말씀을 건넸지만, 작은엄마는 무표정한 얼굴로 반응했다. 그 모습에 살짝 서글펐지만, 나는 괜찮았다. 이후 나는 중고등학교를 줄곧 우등생이자 반장으로 지내며 세월이 흘러 고3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