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복판에 찾아온 뜻밖의 그림자

by 네로

제 5장. 고3 여름의 사건과 명동성당의 밤

고3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한창이던 어느 날이었다.

매일 옆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가 그날은 보이지 않았다.

그 친구는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기에,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가서 확인해보라고 하셨다.


친구 집 앞에 서서 여러 번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다.

방 안에는 약봉지가 흩어져 있었고, 친구는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순간 숨이 멎는 듯 놀랐다.

어떻게 교무실까지 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정신없이 달려갔다.

교무실 문을 열었지만, 떨리는 몸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고 다그치자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상황을 전했다.


담임선생님과 나는 황급히 친구를 데리고 근처에 서 있던 교회 버스를 타고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 의사는 약 종류를 알아야 한다며 약봉지를 가져오라고 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친구 집으로 달려가 약봉지를 챙겨 다시 병원으로 가져왔다.


다행히 친구는 목숨에 지장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담임선생님은 친구 부모님이 도착할 때까지 병원에 남으셨다.


친구의 생명을 구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나는 곧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마주했다.

반장이었던 나는 택시비로 학급비 약 10만 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 돈을 메울 방법이 없었다.

매일 고민하며 다녔고, 그런 내 모습을 본 담임선생님은 내가 충격을 받아 힘들어한다고 오해하셨다.


차마 진실을 말씀드릴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작은엄마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욕설과 질책뿐이었다.

“버스를 탔어야지, 니가 막 쓴 거잖아.”


작은엄마는 전혀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결국 나는 교과서를 끈으로 묶어 들고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갈 곳 없이 명동성당 앞에 서 있었고, 기도 끝에 ‘수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밤늦게 나를 발견한 노 수녀님은 사정을 듣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학생, 고등학교 졸업은 꼭 하고 오세요. 그래야 뭐라도 할 수 있어요.”


노 수녀님은 만 원을 쥐여주셨고, 젊은 수녀님이 지하철역까지 동행해 주셨다.

나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작은엄마는 “대학에 보낼 돈이 없다”며 포기하라고 했다.

나는 절망 속에서도 공부를 이어갔고, 그 무렵 나에게는 믿기 어려운 기적 같은 일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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