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평범한 고3 겨울의 밤이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친구와 함께 하굣길을 걷고 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다 문득, 친구가 말했다.
“우리 교회 집사님이 근처 병원에서 물리치료 보조 학생을 찾고 계셔. 집사님 며느리가 임신 중이라 당분간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대. 성실히 하면 대학도 보내줄 수 있대.”
나는 걸음을 멈췄다.
믿기지 않았다.
절망의 끝에서 마주친 이 말은, 마치 어두운 밤하늘에 별빛이 쏟아진 듯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이 생각뿐이었다.
이 일을 하면 돈을 벌어 학급비도 메울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대학도 갈 수 있다.
다음 날, 친구의 안내로 교회 집사님을 만났다.
나는 다행히 취직에 성공했다.
하지만 비진학반 학생들이 주로 가는 일자리에, 진학반 반장인 내가 취업한다고 하니 교장선생님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부끄러웠지만, 담임선생님과 상의 끝에 병원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첫 월급으로 학급비를 갚았다.
그리고 학교를 나설 때, 친구들이 대학 발표를 들으며 환호하는 모습을 봤다.
나는 외면하고 걸었다.
슬프지 않았다.
나도 갈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