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정체성 그리기

수십억 인구와는 독립된 나만의 정체성

by 쉬는건 죽어서

벌써 9월 마지막주이다. 9월에는 본격적으로 영어공부 해봐야지 하고 시작해서 제대로 된 미라클모닝을 실천하고 있다. 2020년부터 하고 있기는 하지만, 띄엄띄엄, 설렁설렁, 비몽사몽 하고 있는 날도 있었는데, 9월부터 다시 심기일전해서 5시 기상을 실천하고 있다.


스트레칭, 복근 운동을 기본으로 그날그날 더 하고 싶은 팔뚝운동, 허벅지 운동을 곁들여서 5시~5시반 30여분동안 몸을 풀어준다. 코어에 집중된 힘은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체력을 준다.

그 힘과 기운으로 서재에 앉아서 영어책을 편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영어 표현을 고민하고 써가고 고쳐가면서 나의 영어 습관을 체크하고 새로운 표현을 배워간다. 녹음 파일을 들으면서 발음이나 억양도 크게 소리내 가며 원어민 느낌으로 말하기 훈련을 한다. 매일 반복하니 코어 근육이 생기듯 말하기 근육이 생겼는지 조금은 더 굴러가는 발음이 나오고, 조금은 더 잘 외우게 되고, 전화 영어때 조금은 더 말을 편하게 하게 된다.


이런 작은 성취감들에 뽕 맞아서 어제 저녁 식탁에서도 책을 펴고 읽으며 공부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지긋이? 쳐다보던 남편의 한마디. "참 열심히 해서 대단한데, 건강 조심하면서 해" 평소 농담만 하고 민망함에 칭찬 한마디 안하는 사람인데 진지한 멘트를 던지길래, 그냥 웃자고 한마디 한다.


"내가 지난번에 사주카페에서 사주를 봤잖아. 되게 잘 맞추시는데, 내가 건강체질이라, 건강 걱정 안하고 그냥 맘대로 하고 싶은거 다 해도 된대."

웃으며 이야기를 마쳤지만, 슬그머니 마음속에 걱정이 깃든다. 건강 믿고 무리하다가 한 방에 가신 분들이 주변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나이이다 보니, 이런 저런 예가 생각이 난다. 그래 건강히 오래 살아야 하는데 조금 빨리 쉬자 하며 미처 못 마친 공부를 미뤄놓고 침대로 발을 옮겼다.


그래도 5시에 다시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한다. '어제 좀 빨리 쉬었으니 아침에 일어나도 되겠지?' 새벽에 일이 있어서 나가길 준비하는 남편이 또 한마디 한다. "참 대단하긴 한데, 나 같으면 조금 덜 먹고 아침에 더 자겠다." 풋. 복근 운동하다가 힘 주고 있던 코어에 힘이 확 풀리면서 헛 웃음이 나온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빨리 나가 ㅋㅋ" 도움 안되는 남편을 쫓아내고(?) 스트레칭을 마무리하고 영어 공부를 시작하지만, 굳이 이러는게 맞는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건 내가 마음이 약하고 귀가 팔랑거려서인가?


얼마전 읽은 역행자에서 답을 찾아보았다.


질문: "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판단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가?"
평판오작동 : 원시 시대에는 좁은 범위의 부족사회였기 때문에 평판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평판을 잃으면 생존과 번식이 불리하여 매우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다. 그래서 우리 유전자에는 평판을 잃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끼도록 진화했다. 하지만 현대의 우리는 수십억 인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눈치보지 마라. 평판을 신경쓰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노심초사 신경 쓰면서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 역행자 134page (유전자의 오작동 극복)


남편이야 수십억 인구보다는 훠얼씬 가까운 사람이지만, 눈치 많이 보는 나에게는 이런 방어기제가 작용해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구나. 머리속에서 남편을 수십억 인구만큼 멀리 밀어내버린다.


~~ 사업도 안정적으로 잘 굴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여기에 안주하면 다시 그저 그런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나는 뭔가 다른 정체성을 찾아야 했다.
- 역행자 105page (정체성 만들기)


이래서 나는 맞지도 않은 미라클 모닝을 한다고 늘 피곤에 절어있지만, (바로106page에서 하지 말라고 한 방법을 ㄷㄷㄷ) 영어 앞에서 당당한 (영어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사는 억울함이 없는) 모습을 정체성 삼아 오늘도 눈에 성냥개비를 걸치고 부릅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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