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탄을 쏘다

존재감이 없어지길 두려워하며

by 쉬는건 죽어서

어제 당한 일과 어떻게 노선을 잡아야 하나 싶은 생각에 밤새 머리속은 복잡했나보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술과 피로로 찌꺼기가 덕지덕지 붙은 듯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소파에 몸을 뉘어도 잠이 들지는 않는다. 에잇. 결국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본다. 쓰라린 눈은 꾹 감고.

가마니 취급을 받았다고, 괜찮다는 태도를 취하면 진짜 가만히만 있게 된다. 가마니 취급을 당해도 마땅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시작하면 관련 부서와 관련 부서와 관련 부서 사람들까지 그 냄새를 맡는 건 너무나도 금방이다. 그 사람의 기운이 그렇고,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그러하면 귀신같이 다들 알아본다. 특히나 기류에 민감해야 하는 스탭 조직의 사람들은 날이 서 있어서 그런지 그런 냄새를 개코 수준으로 감지한다.


문제 원인이 무엇일까 시뮬레이션 한번 돌려본다. 당연한 업무의 흐름에 우리 부서가 들어있으면 싫더라도 정보가 올 텐데, 나의 부서는 그 업무 흐름에서 빠져 있다. 너무 이해 안가게도 중요 프로젝트의 담당은 다른 부서라서...

지ㅓㅏ지뉘허ㅏㅙㅑ로허ㅜ밒,ㅏㅟㅓㅣㅑ댁호ㅠㅜ


바꾸는게 안된다면 프로세스를 추가해 볼까? 사실 우리 부서에서 해줘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게 사실 메인 부서의 일과 거의 흡사한 일이라서 의미가 거의 없어서 위의 지시로 효율화한 바로 직후인데.

의미가 있든 없든 프로세스에 한 가닥 얹어둬야 하는 것인가? 사실 귀찮기도 해서 라는 진실의 마음을 한 수 접어두고 해야한다고 위를 설득해야 하는 것인가.

이게 바로 회사에 쓸데없는 프로세스가 넘쳐나는 이유였음을 한번 더 실감한다. 의미는 없으나 누군가의 존재감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일들.

그리고 누군가들은 눈에 불을 켜고 지키다가 어기면 과하게 반응한다. 존재감이 걸린 일이니.


존재감에 상처입은 나도 출근길에 "과한 반응 모드"를 장착한다. 연락을 줬어야 했는데 안 준 사람들, 필요할 땐 친절하다가 돌아서면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한번 쭉 돌려준다. "왜 제가 정보 전달 루트에서 빠졌죠?" "자꾸 그러시면 다음에 ** 안해드려요." "왜 그러시나~ 커피를 한잔 해야겠네." 하는 위협을 곁들인 회유와 "그 부서 왜 그러죠? 거기서 문제를 더 일으키고 있는데." 하는 공공의 적을 만들면서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까지 이것 저것 총알을 쏘아본다. 적중률이 낮아도 안 쏘는 것보다는 낫다. 공포탄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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