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겁다. 오랜만의 회식 끝이라, 맥주에 화요에 하이볼을 섞어 마셔서이기도 하겠지만, 오늘 겪은 일들이 기분을 짓누르는 탓이 크다. 부서 이동 후에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방심했나보다. 관련 부서들의 communication에서 누락되어서 뒤늦게 정보를 접했다. 직접 담당인 나 보다 간접부서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단체 메신저 창에서 소식을 전해주었다.
"변경점이 생겨서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옆에서 얘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하는 얘기에 대꾸를 안할까 하다가
"다시 진행해야 한다구여?"
"관련 부서간 communication이 원활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긴밀히 협조 부탁드립니다."
ㅆㅂ.. 잔소리만 하는 부서들로 가득한 회사에서 제일 설교조로 얘기하는 넘한테 걸렸다. 니한테 그런 소리 들으려고 한 얘기가 아니라고.
업무가 애매하게 걸려있다. 메인으로 하는 부서가 따로 있고, 나의 부서는 중간에서 서포팅을 하는 부서이다. 서포팅의 의미는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 관련 회의와 자료를 수집하는 것에서부터 최종 자료가 나온 후의 대응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결과를 산출하고 보고해서 관련 부서들에게 지적질 하는 것이 노른자 업무이고 하이라이트 받는 업무라면, 서포팅 업무는 수면 아래에서 발버둥은 다 치지만 결국 내 성과가 되지 않는다. 지적질 하는 사람이 수면 위에서 하이라이트는 다 받으니까.
그런 지적질은 내 취향이 아니야, 보고 과정에서 따르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고 뒤로 물러서 있지만, 불타고 싶지 않은 연탄이 어디 있겠는가. 더군다나 꺼진 불이라고 여기저기 발로 차이는 신세가 된 날은 제대로 현타가 온다. 사소한 정보조차 bypass 되어 버리는 상황이 씁쓸하기만 하다. 내 역할이 뭘까. 지금 내 스탠스가 잘못된 것일까. 의지에 차서 옮겼는데, 태도가 안일해졌구나. 과연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사람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지만, 지금은 그냥 피곤하기만 하다.
지친 마음에 화장실 거울을 보며 넋놓고 양치를 한다. 우선 자야겠다는 생각에. 밖에서 아들래미가 노크를 한다. "엄마 얼마나 걸려?" "엄마한테 할 말이 있는데." "엄마 나올 때 까지 기다릴게." 회식으로 늦게 온 엄마라, 엄마가 고팠나보다. "잠깐만" 지친 마음을 추스려본다. 이제는 혼자서 지낼 수 있는, 엄마손을 떠나가는 아이들이지만 배고플 때, 무서울 때, 힘들 때, 기댈데가 필요할 때.. 엄마품을 찾는 건 여전하다. 엄마품에 파고들어 얼굴을 비비는 아이들. 아직 엄마는 내꺼라며 양쪽에서 실갱이하며 서로 안으려고 하는 아이들. 그렇지 내가 엄마지. 이 아이들이 기댈 수 있게 당당해져야지. 버팀목이 되어 줘야지. 그렇게 에너지를 나눠받으며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다. 불편한 마음에 알람이 울리자마자 눈을 뜨지만 그건 내일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