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이라는 어려운 난관을 지나야 표현이 가능하다.
오래간만에 그룹 수업을 맡게 되었다.
여름에 주제는 '동물'이라고 하셨고, 담임 선생님은
'뭘 하면 좋을까요?'라고 한 주전에 물어보셔서
'바닷속의 동물 어때요?'로 시작하여 두세 가지 활동을 내가 준비한다 했다.
사실, 어린이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선생님들의 최선은
아이들이 보다 쉽고 훨씬 편하게를 위해 색칠공부스런 '유에서 유'를 창조하시는데, 내가 자라고 맛본 수업들은 무에서 창출하는 유여야 하기에 이를 아는 담임선생님은 준비를 못해줘서 미안하시다며 이틀간 휴가를 떠나셨다.
식사 전 어린이집은 주제활동을 지양한다. 자유놀이 속에서 아이들이 내뿜는 거품들에 호응된 상호작용이 정석이다. 뭐, 이를 통해 각 아이들만이 가진 개성적인 표현과 관심도를 알아내고 보다 한 단계 높은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있다. 난 재미 앞에 다소 관례를 깨버렸다.
자유롭지만 의도된 유도.
고래, 상어, 배 책 중 '배'를 선택한 친구들은 준비된 흰 천 위에 배를 그리고 색을 칠했다. 그린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기로 했다. 바다 멀리 보이는 고래들과 상어들을 조형물과 영상을 통해 감상했다.
오늘은 종이에 좋아하는 물고기를 그려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딱 4살의 수준으로 손짓 발짓 몸짓을 지어가며 멋들어지게 형상을 표현했지만, 막상 그림으로 그려지는 데는 어려움을 느끼고 펜을 내게 쥐어주고는 이러저러하게 생겼으니 그려보란다.
원하는데로 그려주니 기뻐 날뛰는 돌고래처럼 폴짝거리며 좋아하는 아이들이였다.
구체적인 형상을 인지는 했지만, 그려내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시간이 없기에 그림으로 바로 넘어갔지만 고래라는 주제로 한 달 정도 프로젝트를 하면 다양한 움직임의 고래를 결국 그려내긴 하는데
그러한 환경에 노출이 적어서 인지,
손을 잡고 그리지 않으면 동그라미로도 표현을 주저하는 4살 배기 친구들이었다. 매일 겉에서만 보고 웃었지 아이들의 실력 수준이 생각보다 어리숙한 것에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많은 시간 기관이라는 곳에서 나름 삶의 투쟁으로 웃음과 울음을 지어내는 꼬꼬마들이지만 생각보다 높은 호기심과 발전가능성들을 마음에 품고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놀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관념으로 사물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들은 많이 갖지 못한 채 자라나고 있었나 보다. 이렇게 관찰이라는 도구를 만들어 놓지 못한 채 5살 6살이 지나면 관찰력이라는 경쟁력을 사실 잃고 만다. '뭐, 아직 4살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순수한 마음대로의 표현이 마구 나올 수 있는 4살이다. 적절한 자극을 매일 조금씩 주어 표현해내지 못하면
자라지 못한채로 성장하다.
관찰의 첫 번째는 경험이긴 하다. 오감을 통한 경험.
그래서 그림그릴 종이가 있으면 제일 먼저 엄마를 그려내는 이유다.
뭐든
자유롭게 글적이며 표현하고 나누는 경험. 마음속의 여러 가지 들을 말로도 하고 그림으로도 그리기도 하는 시간들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끄적임이 즐거움이 되도록 잘 들어주고 물어봐주고 같이 느끼고 하는 시간들이 어떤 것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지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미술학원에서는 기교는 배울 수 있지만 자신만의 재미난 끄적임을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가장 편한 상대와
일기장에 글자로 끄적이듯 고 또래 아이들 만의 표현들로 끄적임이 꼭 필요하다. 그냥 펜과 종이를 앞에 놓고 지시어를 쓰지 않는 서로가 되면 된다. 뭐든 선 하나 점 하나로 시작해 보면 된다. 가정에서라도 꼭 시작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관에 와서의 끄적거림이 자연스레 이뤄지면 교사도 관찰의 상호작용의 시간도 자연스레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