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설레임

거의 반 백에 처음 만든 깍두기

by 봄여름가을동화

예전에 근무 했던 유치원의 조리사 선생님은 깍두기의 신이셨다. 없던 입맛까지 되살려 놓았던 깍두기 덕분에 살이 빠질 겨를이 없었다.

무가 두개 생겼는데 그리운 깍두기가 생각나서 열심히

검색을 했다. 고춧가루가 그렇게나 귀하고 비싼지 몰랐다. 뉴수가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지만 넣으면 설렁탕집 깍두기 맛을 낼 수있다해서 얼른 사고, 생강, 마늘, 멸치액젓, 새우젓, 매실액기스를 주문해서 준비했다. 그러나 네이버의 친절한 레시피는 무 한개의 모호한 싸이즈에 브레이크를 걸 수 밖에 없었다.

무 한개.

우리집에 있는 무는 건장한 씨름선수의 종아리 만 했다.

네이버의 무는 씨름선수의 팔뚝만 했기에 그 차이에 따른 양념과 소금의 비율을 어쩌란 말인가?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감으로 하게 되었다.

감...

에이아이로봇에게 마지막으로 전수해야하는 것이 있다면 감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 나는 도전과 실패에 유연한 인간이었다.

감으로 그럴 듯한 깍두기의 맛과 비쥬얼에 신이 난 하루였다. 예전(20년전)에 처음 김치를 만들고 물이 너무 많이 생겨서 못 먹고 버린 기억 후로 단 한 번도 김치를 담글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오늘 해보니 다시 한번 도전해도 될 것 같다. 로봇이 만든다면 항상 같은 맛을 낼 수도 있겠으나 조금은 다른 맛의 좌충우돌은 삶을 더 맛있게 살아내라고 주신 신의 선물일터인데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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