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한 줄 편지였다.

명을 받들어

by 부키

"한 줄만 적힌 편지가 갈 거예요."


뜬금없이 아이가 말합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이었어요. 군에 있는 작은 아이가 전화가 왔습니다. 그리고, 대뜸 한다는 소리가 한 줄만 적힌 편지가 갈 거라는 거예요.


"한 줄? 한 문장? 네가 써서 보낸다고?"


도무지 상황이 이해가 안 가니, 다다다다 질문을 쏟아냈죠.


"아니, 추석이라고 집에 편지 쓰라는데... 나는 야간 근무 서고 나와서 너무 피곤한데 써야 한다고 해서..."

"그래서? 뭐라고 한 줄 썼는데?"


"전화할게"


"뭐? 전화할게 4글자 썼다고?"

"전화할게요. 다섯 글자? 하하하"

"그렇게 써서 봉투에 넣었다는 거지?"



추석을 맞아 부모님께 편지를 드리라는 명을 받들고, 쓰긴 썼나 봅니다. 명을 받았으니, 안 쓸 수는 없고요. 전화로 하면 되는데, 굳이 편지를...이라고 생각했겠지요. MZ세대에게 편지는 특별한 의도가 있어야 행하는 그런 것일 테니까요.



"편지 내용은 다른 사람이 안 봐? 그렇게 써도 아무도 뭐라 안 해?"

"요즘, 군대라고 남의 편지 막 보고 그러진 않지!"

"그 얘기하려고 전화했어?"

"겸사겸사, 했어요."



일단은 그렇게 한 줄을 썼겠죠.

그리고 봉투를 봉하고, 주소를 쓰고 나니 은근 신경이 쓰였나 봅니다. 이 편지를 받은 우리 엄마가 얼마나 황당해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을까요? 너무 성의 없다 서운해할까 염려했을까요?



아들들은 엄마에게 끝까지 마음이 모질지는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어제 늦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추석 연휴도 끝나서, 다음 연휴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요. 그리고 봉투를 열었거든요. 진짜로! 한 줄이었어요. 설마, 그렇다고 한 줄 썼을까? 아무개 올림, 인사라도 쓰면 두 줄은 돼야지 혼자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했는데요.


"추석인데 쓰라고 해서, 전화할게요~"


이렇게 한 문장이 덩그러니 있는 편지를 받고야 말았습니다.






"연휴 기간 내내 근무 서야 되는 거야?"

"우린 그런 거 상관없이 시간표대로 근무 서지."

"보통 일반 사병들은 빨간 날은 훈련이랑 쉬는 거 아냐?"

"그렇죠"

"그럼 대한민국은 누가 지켜?"

"그래서 내가 지키지!"



감시장비 운용 특기병인 아이는 바다를 감시하는 업무를 하고 있어요. 일일 3교대를 돌며 근무를 차질 없이! 해내고 있답니다. 신병이 배치되지 않아, 쉬는 날이 없다고 해요. 요즘 군에도 인력이 많이 모자란다 하더라고요. 휴가가 60여 일이 쌓였는데, 대체 인력이 없어서 나오질 못합니다. 그래도 전역 전에 무조건 휴가를 다 써야 한다네요. 휴가를 이용해 형식적인 조기 전역을 허용하지 않는 대대 소속이고요. 그래서 12월부터 전역 때까지 거의 찍고 나오는 일상이 될 거랍니다. 그러니, 얼마나 지루하겠어요. 편지조차 쓰기 싫은 만큼.


아들을 군에 보내는 경험은 확실히 고유한 무엇이 있습니다. 유학을 보내거나, 긴 여행을 보낸 그런 것과는 다르지요. 좀 더 철이 들어라는 고전적인 기대감도 있고요. 집과 사회를 떠난 곳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 또는 수용하기 어렵지만 애써서 실천해야 하는 사회 규범 등을 강제로라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 있습니다


군인복지단 소속의 쇼핑몰(흔히 말하는 PX), 온라인 운영이 되더라고요. 집으로 배송도 되고요! 추석 선물로 아들에게 루테인 영양제를 받았습니다. 시중 가격의 1/3 수준이었어요.


한 줄 편지 눈감아 주기로 합니다.


이런 맛도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문서하 vs 구 원, 그리고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