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기록

'마흔'에는 국, 영, 수를 풀어야 한다고.

흑! 내 점수는...

by 부키
core
1. (사과 같은 과일의) 속[심]
2. (사물의) 중심부


코어(core)의 사전적 의미를 인생에 빗대면, 인생의 중심부, 가장 단단한 시간에 해당한다.


'마흔'이 코어라고 한다. 그래서 그때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국, 영, 수를 풀어야 한다고 한다. 인생의 국, 영, 수는 무엇일까? 경제적 기반을 잡고,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오르고, 아이들 키우는 국, 영, 수가 있다.


마흔을 넘어 앞자리가 바뀐 지금의 내 점수를 계산해 본다.


국어) 경제적 기반을 잡았는가?

사실 이 질문은 개관적이지 못하다. 각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 기반의 의미가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경제적 자유는 아닐 터, 경제적 자유에 도달하지 못했고,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는 없기도 하다. 경제적 기반을 갖기 위해 40대에는 열심히 일하고 돈도 벌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나의 노동 수입으로 경제적 독립을 이룬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 자본 소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나에게 그 확률이 오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의 경제적 기반은 큰 무리 없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으로 한다. 그리고 그 해결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대한민국, 아니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누군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니 내 점수가 낮다고 크게 실망하지 말자. 전체 평균이 낮을 테니.


영어)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올랐는가?

일반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평균 정년이 50대 초반이라고 한다. 그것도 극초반, 자의에 의해서 타의에 의해서 정해진다. 그러니 40대에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오른다는 것은 50을 넘어가기 전에 통용되는 말이다. 실제로 50이 되면서, 또는 50이 넘으면서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렇게 은퇴를 하였다. 안정적인 위치가 아니었기에 은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위치가 내가 원하는 위치가 아닐 수 있다. 그런 현타는 순간적으로 온다. 내가 여기에 계속 있을 수 있을까? 이 역시 자의 반 타의 반. 그렇게 나의 사회적 위치는 내가 정해 간다. 그러니 40대에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연연하지 말자. 그때를 지나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괴리가 명확해질 것이다. 그리고 과감히 선택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40대에게 물어보면 30대의 나로 돌아가서 더 능력을 키우고, 더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50대 이상의 사람들의 많은 수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돌아간다고 내가 달라질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지금이 편하고 좋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내가 정한 사회적 안정을 선호함이다. 70대 이상의 노년층에 질문하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나이는 55세~65세라 한다. 가장 나답게 활동할 수 있는 때이기 때문이다. 사회와 상관없이. 그러니 역시 나의 점수는 하락세일 망정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시 올라갈 것이다.


수학) 아이를 잘 키웠는가?

이 문항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 내 동년배 중에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거나 다 키운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생각해보려 한다. 아직 학령기에 있는 아이가 있지만, 이제는 다소 독립적으로 나의 생활을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좋은 인재로 키우는 것이 인류의 최대 목적이라 하지만, 이 역시 사회가 변하면서 함께 변하고 있다. 부모 기준에 맞추어서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친구의 말처럼, 우린 20세기 사람들이고 아이들은 21세기 사람들이다. 무엇인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그저 사회의 일원으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인간 개인으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 수 있는 자질을 키워 주는 것, 더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시험 중이다. 아직 점수를 계산할 수 없다.



나의 국, 영, 수 점수에 자신이 있으면 이런 글 안 쓰겠지.

이렇게 쓰는 것은 아마도 지난 시간, 나름의 변명도 하고 싶고 해명도 하고 싶은 것 아닐는지.

비록 국, 영, 수 만점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잘 살아왔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인생의 국, 영, 수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40대가 있다.

덕분에 나의 지금은 더욱 풍요롭다.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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