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기록

엄마, 나를 위한 요리를 하기로 한다

나는 내가 지킨다.

by 부키

오랜만에 오롯이 혼자 지내는 주말이다. 주말이면 집에 몰려오는 우리 집 남자들이 이번 주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일과로 집에 오지 않기로 했다. 그나마 집에 있는 큰 아이도 주말 아르바이트와 기타 약속 등으로 얼굴을 볼 수가 없다. 하나도 서운하지 않다. 그래서 주말 3일을 계획했다.


금요일 : 외부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을 하기 위해 일찍 움직인다. 그래봤자 카센터 다녀오기, 도서관에 책 반납하기, 며칠 전부터 먹고 싶었던 라면 끓여 먹기, 밀린 독서 노트 작성하기, 그리고 와인과 함께 영화 보기.

달달한 스파클링 와인을 한 병 준비하고, 셀러리와 치즈를 준비해서 혼자 영화를 보았다. "The Whale"

"내 인생에 하나쯤은 잘 한일이 있어야 한다!"는 주인공의 절규와 영화 내내 소재로 등장하는 에세이 쓰기는 감동이었다.


토요일 : 아침에 북클럽 모임을 하고, 5km 걷기를 한다. 비가 오지만 우산 들고 과감히 나갔다가 결국 근처 도서관으로 비를 피해 들어간다. 그곳에서 '무진기행'을 읽고 왔다. 가장 먼저 손에 잡히는 한국 단편을 하나 읽고 싶다 생각했는데, 김승옥 작가의 작품이었다. 다시 읽어도 한결같은 느낌은 무진과 서울의 대비였다. 그리고 떠나간 희, 나와 이름이 같기 때문이다. 오늘은 몸을 열심히 움직이는 날로 정했다. 화장실 두 곳을 포함한 집안 청소, 빨래, 시장보기, 오이김치, 야채 손질, 단호박, 고구마 쪄놓기 등등 비가 오니 일하기가 오히려 수월한 느낌도 들었다. 저녁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TV 시청, 종영을 하는 '모범택시'를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옆에서 물어보며 말 거는 사람이 없으니.


일요일 :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한 날이다. 남을 위한 일은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한 날이다. 내가 하고 싶은 나를 위한 것만 하기로 한 날이다. 이른 아침에는 필사를 하며 읽은 책을 정리하였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노트를 하니 다시금 생각나는 것이 많다. '나를 위한 노력은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깨달음과 '나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현타! 가 오는 시간이었다. 나이를 그냥 먹나.. 경험은 그냥 쌓이나.. 인생의 선배는 이렇게 우리를 돕고 있었다. 당장 좋은 오일을 주문한다. 유기농 코코넛 오일과 올리브 오일, 다른 식구들이 그다지 즐기지 않아 어느 순간 멀리 했었는데, 이젠 나만 먹기 위해서도 준비한다. 휴일 아침이면 가족들이 돌아가며 잠을 깨고 식사를 하기에 늘 분주했다. 오늘은 간편하게 나 혼자 먹겠다 생각했는데... 그럴 일이 아닌 것이다. 오늘부터는 나를 위해 아침을 준비한다. 이렇게 보내는 시간을 아까워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그리고 나한테 미안해진다.


그래서 우선순위에서 내가 1위로 올라왔는가?

잘 모르겠으나, 최소한 동률 1위는 되도록 할 것이라 마음먹고, 다짐한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도 쓰는 것이고.


행복은 비우고 내려놓을 때 온다고 한다. 무엇을 비우고, 어떤 것을 내려놓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나는 나를 채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위한 시간을 내고, 나를 위한 노력을 하며, 나의 내면을 채우는 것이 필요하다.


By ME, OF ME, FOR ME.


이제부터는 소설을 읽는 시간이다. 파친코. 몇 개월을 대기 중이던 그 책을 드디어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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