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기록

휴일 탈출

탈출, 별거 아니네!

by 부키

우리를 탈출하려는 짐승의 마음까지는 아니었어요. 탈출이라 표현하기 어색할 만큼의 간절함과 지겨움이었을 거예요. 근로자의 날이 월요일에 오면서 어떤 이들에게는 며칠간의 연휴가 생겼어요.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쉬는 연휴는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주부이자 자영업자인 저는 주말에 집안일을 몰아서 해야 해요. 나름 토요일에 할 일과 일요일에 할 일을 나누어 정리하는데요. 최대한 나의 시간을 사수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오롯이 주말에 혼자 있게 된 시간에 '엄마, 나를 위한 요리를 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었는데요. 뜬금없이 'Daum'에 소개되어 오늘 아침에 조회수가 늘었다는 알람이 오더라고요. 근데 바로 전 주말은 그때와 정반대의 시간이었어요.


"모두 평일에 일 하잖아. 그럼 나도 똑같이 주말에는 쉬고 싶은 거 아니겠어?" 한마디 내뱉는 순간. 분위기가 싸~~~ 저도 뻘쭘해서.. "머리 식히러 나가야겠어!"라며 가방을 주섬주섬 챙겼어요.


말일이잖아요.

정리할 것이 잔뜩이죠.


가계부 정리는 안 하면서,


한 달 동안 읽은 독서 정리 해야 하고요.

한 달 동안 공부한 것과 발행한 글들도 정리하고요.

5월 독서계획도 셋업 하고요.

5월 다이어리도 셋업 하고요.


너무 바쁘고 기대되는 4월 마지막 주말이었거든요.


그런데 우리 집 남자들은 제가 치운 곳을 골라서 다시 어지르고 있는 거예요. 평소 깔끔 떠는 성격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황당하더라고요. 사실 내심 눈치는 챘습니다. '연휴에서 오는 나태함과 게을러짐... 이 나오겠지.' 그래도 눈앞에서 확인하면 '짜증' 나지요. 이렇게 생각이 없다니요!


평소 산책길에 보고 다닌 카페로 나왔습니다. 이른 시간에 볼 때는 거의 사람이 없는 곳이라 '다음에는 이곳에 꼭 가야겠다.' 생각했어요.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인데 이리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싶은 마음도 반, 라테 맛집이라고 광고를 크게 해 놓으셨길래 궁금한 마음 반.


라테를 마시러 들어갔지만, 여지없이 아메리카노를 시켰어요. 기본을 잘하는 집인지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기온이 올라가는 오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스라테를 시키네요. '정말 잘하나?' 싶은 마음에 한 잔 더 주문해서 마셔봅니다. 저는 젓지 않고 마시는 것을 좋아해요. 처음에는 진한 커피 맛으로 쓰다가도 점점 우유와 섞여 가면서 맛이 변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시간이 필요한 '라테 마시기'입니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사진이 필요하잖아요. 각종 무료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할 수도 있지만, 접속해서 고르는 것도 일이라... 요즘은 기회가 되면 사진을 찍어 모아 놓으려 해요. 정면에 보이는 카페 내부도 좋더라고요. 거울에 비친 창문으로 알 수 있지만, 밖에는 공원이라 나무들도 많아요. 밖에서만 보다가 안에서 내다보니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반려견을 데려오신 분들이 주로 야외 테이블을 이용하세요. 보는 것보다 아늑했던 곳이었습니다. 지나가며 얼핏 보기에는 조금 썰렁한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조명, 창으로 보이는 온갖 나무들과 꽃 등은 이전 느낌을 상쇄시키고도 남음입니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관점의 변화, 참으로 오랜만에 느낀 것 같아요. 요즘 너무 무뎌져서요.

KakaoTalk_20230501_125702940_01.jpg


두 잔의 커피는 제가 밀린 기록을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챙겨간 노트에 기록을 마무리하고, 읽던 책도 다 읽고요. 기분이 좋아졌어요. '이왕 나온 것, 저녁을 사가야겠다. 감자탕 좋은데?' 근처 감자탕집에 갔어요. Ooooops!! 일요일 휴무라고 되어있네요. '음식점은 대부분 일요일 영업하지 않나?' 의심의 여지가 없었어요. 사무실이 많은 상업지역도 아니고, 동네 음식점이라 주말에 손님이 많을 거라 당연히 영업을 하겠거니 했어요. 오히려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휴무인 곳이 많다 생각했지요. 내 마음대로 생각해 버린 부주의였어요.


딱히 포장할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집에 바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갔더니 앗!!!!!!!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생활 쓰레기, 쓰레기 3종 세트가 말끔히 치워져 있었고요. 청소기가 제 일을 하고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설거지까지!!!


가끔 '탈출'을 해야 한다는 귀한 깨달음을 얻었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흔'에는 국, 영, 수를 풀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