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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달아쓰기

새로운 문학을 대하는 자세

사랑 먼저, 이해 나중

by 부키
셰익스피어나 괴테를 십 년에 한 번, 오 년에 다시 한번 읽노라면 그때마다 다른 면이 보이고 그때마다 또 다른 면에 마음이 가지만, 어쨌든 다 좋지 않았던가. 우리가 마음의 소리를 따른다면, 완전히 새로운 문학이 보여주는 것이 전혀 다른 리듬이라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멀뚱히 서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헤르만헤세의 책이라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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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손이 가는 분야가 있고, 눈길조차 가지 않는 것이 있다. 개인의 취향이라고는 하지만,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헤세가 전하는 책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에서 헤세 역시, 나름의 기준을 갖고 좋은 책, 나쁜 책을 가르고 있다. 하지만, 좋은 책, 나쁜 책이 어디에 있겠는가. 헤세의 결론은 개인의 취향이며 접해보면 그 안에서 보석을 발견한다고 이야기한다.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해할 수 없다. 기꺼이 접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영원히 나와 맞지 않는 장르로 남을 것이다. 관심을 먼저 갖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헤세의 고백은 '애드가 앨런 포우'의 작품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헤세 역시 그 당시 새롭게 등장한 '특이 소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문학이라 하기에는 기준 미달인 것이 많이 보였으리라. 하지만,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유행이었던 대중 소설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새로운 장르를 접하며 기존의 고정관념을 반성하는 고백으로 이어진다.



나에게도 그런 장르가 있다. 일본 문학에 대해서는 그다지 손이 가지 않는다. 하루키의 책을 읽긴 하지만, 정말 좋아서 읽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도 생소한 세계관, 전개 방식, 그리고 결말 등에서 익숙하지 않은 전개를 만나는 경험, 가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최근에 읽은 그의 작품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70대 하루키의 순화된 정서를 만나서 오히려 좋았던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다른 일본 문학의 작가들에 대해서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전개와 표현, 왠지 읽고 나면 감정이 너무 힘들 것 같은 예감, 기타 등등의 이유로 그동안 피해왔던 장르이다. 예를 들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같은.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무척이나 그들에 열광한다. 그래서 궁금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는데... 헤세의 글을 읽고 나도 일본 문학을 읽어보자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우선 두 권을 선택하였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공중 그네>와 <라디오 체조> 매우 유쾌하고 따뜻한 소설이라 추천받은 작품들이다. 일본 문학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주기를 기대한다.




국내 문학에서도 그러한 장르가 있는데, 바로 SF를 비롯한 장르 소설이다. 작가의 상상력과 기반 지식이 있어야 가능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SF 작가들이 있고, 그들의 통찰력은 감히 흉내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추리 소설에 심취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보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책을 읽으려는 모습이다.



그렇게 관심을 거두는 사이, 우리나라에는 장르 소설이라고 해서 젊은 작가들이 많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작가가 '김초엽'이다. 포항공대 입학 설명회에 갔더니,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김초엽 작가'를 소개했다. 과학 기술에 일조한 선배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SF 작가라니. 많이 의아했지만, 아이들은 좋아하는 모습을 보았다. 예전의 추리 소설과는 결이 많이 다를 거라 생각하기에 역시 손이 가지 않았는데... 우연히 읽게 된 김초엽 작가의 책은 미래를 살게 되는 현생 인류에 대한 이야기였다. 재미도 물론이고, 감동도 있는 좋은 소설이었다



좋은 책, 좋은 작가를 고른다는 것은 '나에게 좋다'는 의미이다. 헤세의 이야기처럼, 아무리 괴테라 하더라도 모든 페이지가 나와 잘 맞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의 내면이 성장하고 변화를 겪으면 다른 면이 좋아지기도 한다. 같은 책을 다른 시간에 만나도 새로운 책이 된다. 새로운 문학을 접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맞지 않는다고 거부하면 나에게는 없는 장르가 된다. 보석을 만날 기회를 잃는 것이다.



먼저 관심을 갖자.

이해는 나중에 해도 된다.

아니면 읽다가 덮어두면 된다.

새롭게 만나야 하는 문학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면 보석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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