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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 Feb 29. 2024

다시 시작된 아들과의 동거

7년 만에...

아들 삼 형제를 키우면서 가장 다행인 일을 생각해 봐요. 그리고 가장 걱정되었던 순간을 생각해 보고요. 바로 군대에 보내면서, 무탈하게 지내다 나오길 바라는 것 아닐까요?


군에 간 작은 아이가 전역을 했습니다. 무탈하게 시간을 잘 보내고 다시 민간인으로 돌아왔어요. '요즘 군대는 옛날에 비하면 군대도 아니다'라고 많은 '어른 남자'들이 말합니다. 핸드폰도 쓸 수 있으니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은 많이 줄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곳에 있는 청년들은 그래도 어려운 시간을 보냈겠지요. 부모 입장에서는, 특히 그곳을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야 하는 엄마들은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곳입니다. 


그래서 반갑고 감사한 마음으로 새벽같이 고속도로를 달려 데리러 갔더랬어요. 전역식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의 모습과 따라 나온 분대원들의 배웅이 보였습니다. 논산 훈련소 입소일이 떠 오르며 시간이 잘 갔구나 감사 헸어요. 건강한 모습으로 무탈하게 전역을 하게 되었으니 무엇보다 감사하고 다행이라 생각이 되었습니다. 


아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엄마는 주책맞게 박수를 쳐 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작은 환호와 함께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차에 태웠지요. 


사실 며칠 전에도 휴가로 집에 있다가 들어간 아이라서요. 그리 애틋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제 다시 그곳에 보내기 위해 혼자 집을 나서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아이나 저에게 동시에 공감이 되었다고 할까요.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과 집에 가자는 벅찬 감정이 함께요. 


군에서 보낸 시간이 나름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배운 것도 많다고 해요. 마음을 다스리는 법,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법, 무엇보다 공동체에서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는 것에 대한 규율을 잘 배웠을 것 같았어요. 거기까지는 매우 기특하고 뿌듯했지요. 


그런데 드디어 현실 인식이 되었습니다. 




"가만있어봐... 이제부터 계속 집에 있겠네?"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하시냐는 아이의 눈빛... 이 느껴지는 듯했어요. 고등학교도 기숙사에서, 대학에 가서도 기숙사에서 지낸 아이거든요. 방학 때라고 집에 거의 있지 않았던, 코로나 시기에도 학교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었던 아이라서요. 정말 오랜만에 집에 주야장천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새삼스럽게. 그리고 7년 만의 동거라는 것이 인지되기 시작했어요. 


7년 만에 다 커온 아이와 함께 지내야 하는 것이 잠시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집에 오면 좋은 시간으로 함께하고 보낼 수 있었는데요.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몇 개월을 함께 거주해야 하는 가족의 구성원으로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너는 이제 좋겠다? 밥도 엄마가 해주고, 뺄래도 엄마가 해주고, 청소도 엄마가 해주고..."


'그저 웃지요'의  표정으로 옆에서 미소 짓는 아이를 보며, 그래도 함께 지내게 되는 것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 생각합니다. 복학을 미루고, 스타트업을 하는 선배 회사에 일하러 나간다 해요. 군에 다녀오니 세상이 바뀌었다고요. AI와 먼저 사귀고, 잘 활용하는 것부터 배워야겠다고요. 바로 복학하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합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어요. 


'무엇을 하든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남편이나 저나 진즉부터 전달했거든요. 복학을 더 늦춰도 된다 했어요. 무엇이든 경험하고 배우는 시간을 갖는 것에 적극 동의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군기'가 아직 남아 있을 때, 그 결의를 이어가길 바라고 있지요. 


이렇게 다시 마주하고 함께 지내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청소년 예민했던 그 아이가 이제 청년이 되어 여전히 깐깐하지만 누구보다 속 깊고 경우 바른 청년으로 자랐음을 확인할 테니까요. 


그리고 정말 다행인 것은 막내는 집을 떠나 자취하는 곳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2월의 마지막 날에 막내는 입학을 하였어요. 형이 제대한 다음날입니다. 어쩜 이렇게 일정도 잘 맞추는지, 이 또한 다행입니다.   



대학 입학식에 누가 가냐며 핀잔을 주었는데요. 그래도 남편은 막내의 입학식이기도 하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누가 대학 입학식에 오는가 했는데 모두 오시더라고요. 할머니, 할아버지도 모두. 큰 형과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어 엄마는 '너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들은 다소 서먹합니다. 그들도 함께 지내게 된 것이 7년 만이거든요. 


우리들의 지난 7년이 얼마나 보람차게 결실을 맺었을지, 서로에게 잘 드러나길 바랍니다. 서로의 다행을 감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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