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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 Mar 07. 2024

대학생 자취집의 애로사항

애로사항이 없다니 다행이다

"집은 어때? 지낼 만 해?"

"애로사항은 없는데?"


"그렇다면 다행이고!"



애로사항 : 어떤 일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일의 항목이나 내용.



개강을 앞두고 자취집에 입주를 시키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몇 가지 꽤, 불편한 것이 있겠더라고요. 구축 다가구 주택이라 구조도 그렇고 각종 시설도 그렇고요. 예상했지만, 막상 지내보려니 불편한 것들이 있을 것 같았어요. 


화장실이 좁아 샤워기의 위치가 애매합니다. 어디에 두어도 사방으로 물이 튈 것 같아요. 그래서 샤워 커튼을 달았는데요. 범용으로 쓰는 것이 세로의 길이가 180cm인 것 같았어요. 실물 확인도 안 하고 배송시켜 달아 보았는데요. 커튼의 밑자락이 바닥에서 깡충 올라옵니다. 더 긴 것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주문했으니, 방법은 봉을 내려 달고, 고리를 두 개씩 연결했어요. 얼추 길이를 맞추었지만, 봉이 내려와 있어서 통행이 불편할 것 같았지요. 물론 엄마의 키로는 절대 괜찮고요. 

"들어가다 머리 부딪치는 거 아닌가? 조심해서 다녀!"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단단하게 고정이 된 것 같지도 않았지만, 애로사항 없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가스레인지도 오래된 것이 있어요. 몇~~ 년 전에 사셨던 분이 두고 간 거라 합니다. 오래전 물건이라 그런지 화구가 매우 크더라고요. 상대적으로 작은 조리 용기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불이 새어 나오는 것은 여간 조심할 일이 아니지요. 그러니 계속 당부하게 돼요. 


"불 너무 크게 하지 말고, 처음에 잘 지켜보며 켜야 한다." 신신당부를 하는데요. 잘 쓰고 있고, 불편한 것이 없다 합니다. 정말 다행이지요. 아니면 바꿔야 하나 순간 고민 했거든요. 아마도 많이 안 쓰는 눈치이긴 했어요. 전자레인지도 있고, 작은 계란찜기도 유용하게 쓰는 것 같았어요. 


어느 날은 막내가 춥다고 전화가 옵니다. 보일러 조절기를 방에서 찾을 수가 없다면서요. "보일러 조절기 큰 방에만 있거든~ 형 방에 가면 있을 거야. 거기서 온도 올려봐." 


작은 집의 보일러는 컨트롤러가 하나로도 가능하니까요. 메인이 되는 곳에서 켜면 작동되고 끄면 전체가 꺼지는, 그 방에 종속되어 온도가 오르락내리락 하니 조금 불편할까요? 예상치 못한 문제이지요. 그리고 아이에게 바로 답이 옵니다. "금방 따뜻해지네!" 작은 집이라 금방 데워지기도 해요. 그 정도의 시간이면 기다릴만한 것 같아요. 이 역시 큰 애로사항은 아니었습니다. 대행이지요. 


주택의 쓰레기 배출은 날짜도 정해져 있고, 방식도 조금 다릅니다. 재활용 가구를 내놓는 것도 구청에 신고를 해야 한다더라고요. 실제로 리사이클링 업체에서 수거해 가는 것도 일이 주 이상 걸린다 해요. 그렇게 몇 개의 쓰지 않을 물건들을 내놓았는데요. 구청에 신고도 하기 전에 필요한 분들이 가져가셨더라고요. 골목길 전봇대에 기대어 놓았는데, 오가는 분들이 많아서 그럴까요. 다른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이 역시 너무 다행 아닌가요?


불편한 것을 찾으려고 하면, 어디에나 있습니다.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최신 설비를 마련했다 해도 완벽한 편안함은 불가능할 거예요. 그러니 굳이 불편한 것에 초점을 두어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수용의 문제 같아요. 조금 더 편해지도록 보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애로사항이라 이름 붙일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몇 개의 불편함은 더 큰 편리함으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늦은 시간에도 친구가 부르면 달려 나갈 수 있는 독립된 공간 (부모에게 서요).

이른 수업에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등교 시간.

엄마의 취향을 나의 취향으로 바꾸어 버릴 수 있는! 자유로움. 


이 정도면 애로사항 없다고 이야기할만합니다. 

그리고 자취집을 준비해 준 엄마는 다행이라 여기고요.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바꾸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다행을 모으는 것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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