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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 Mar 14. 2024

반려견은 없습니다만...

반려인은 있습니다.

요즘 매우 흔한 광경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입니다. 그게 뭐 그리 새롭나 싶지만, 이젠 유모차를 보고 모두 아기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아기가 타기에는 조금 작아 보이는 유모차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흔히 말하는 '개모차'가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많아졌다는 뜻이겠지요. 혹은 단순히 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반려의 대상으로 개를 선택했다는 뜻입니다. 관계가 많이 달라졌어요.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인간관계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역설적으로 관계를 늘리고 있습니다. 대상이 사람이 아닌 것이지요. 반려견, 반려묘, 반려식물 등, 상호 작용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그로 인한 갈등의 요소도 많지 않아 더욱 환영받는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타인에게 의지하고 위로받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뜻일까요. 


저는 강아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여타의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함께 거주하는 우리 집 남자들은 주기적으로 요청합니다. 


"강아지 키우면 안 되나?"

"누가 키우는데? 나는 못하지"


"전에 이야기 들은 그 진돗개는 아직 누가 키우고 있나?"

"모르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잊을만하면 꺼내는 '강아지 타령'이라고 핀잔을 주는데요. "나는 사람만 키울래, 그것으로도 벅차." 아들 셋을 키우면서 강아지까지 어떻게 키우라고 하는지 조금 서운하기도 했어요. 온갖 뒤치닥거리는 온통 저의 몫일 거라서요. 며칠 전에도 남편이 이야기하네요. 


"이젠 애들도 다 커서 집에 없는데, 강아지 한 마리 입양할까?"

"오! 노!!"


단번에 거절했어요. 이제 집이 비었으니, 다른 반려를 만들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나요? 그리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반려인이 있잖아. 있는 반려인에게 먼저 잘하는 게 어때요?"


반려 : 짝이 되는 동무 


반려의 사전적 의미는 짝을 이루어 길을 함께 가는 동무라는 뜻이에요. 그 대상이 무엇이 되는 나와 함께 짝을 이룰 수 있으면 족합니다. 나에게 동무가 되어 혼자 외롭지 않게 여정을 떠나는 대상이면 될 거예요. 그리고 나에게 반려인이 있다는 것은 그에게 나 역시 반려인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서로 배려하고, 의지하고 때로는 실망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겠죠. 반려인이 꼭 배우자만 되는 것은 아닐 거예요. 친구도 부모도 형제도 모두 가능합니다.  


며칠 전 산책길에서 손을 꼭 잡고 가는 노부부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키가 크고 풍채가 좋으신 할아버지에 비해, 할머니는 많이 불편한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발을 맞추어 걷는 모습이 무척 좋아 보였습니다. 수십 년을 반려의 관계로 살아오신 분들일 거예요. 같은 속도로 갈 수 없다고 뒤처지게 두지 않아요. 속속들히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좋은 반려의 원칙은 이런 거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저 보폭과 속도를 맞추는 것이요. 


그리고 저에게도 


덕분에 많이 참고

덕분에 너그러워지는 것을 배우고

덕분에 타인을 수용하고

덕분에 여유로워진 


반려인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다음생에도 반려인이 될 것인지 물어보지 않아서 더 다행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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