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라퍼가 되어버린 오후

새로 맞춘 안경 덕분에

by 부키


날이 선선해졌으니 나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햇살은 여전히 뜨겁지만, 천변의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온갖 가을꽃이 흔해지고 사람도 많아졌다.

뛰는 사람, 걷는 사람…그리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산책을 마치고 안경점에 들른다. 얼마 전 새로 맞춘 안경을 찾기 위함이다. 다초점 안경이라 피팅이 필요하다.

안경을 착용 후 테스트를 위해 어슬렁대는데, 마침 같이 들어와 있던 남의 집 딸 둘의 행동이 눈에 들어온다.

손님을 위해 마련해 놓은 간식 코너 앞에서. 목격하게 된 것이다. 새로 맞춘 안경으로 선명하게.


“어머? 이 쓰레기 떨어진 거 몰랐구나?”

슬그머니 손을 펴서 사탕 껍질을 땅으로 추락시킨 아이의 뒤에 내가 있었다.

아이 부모의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는 사각지대에.


“쓰레기통이 어딨는지 몰라서…”

“바로 옆에 있네.”

아이는 얼른 주워 넣는다.


만약 아이의 부모와 눈이 마주치는 자리였다면, 보란 듯이 내가 주워 넣으려고 했다.

”껍질 떨어진 거 몰랐구나? “라고 덧붙이면서. 부모에게 들으란 소리처럼 보이게 되었을 것이다.


“쓰레기를 여기에 버리면 안되지!”라고 직접 화법보다 질문으로 일깨워주는 센스가 발동되다니.

이 정도면 지적질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


언니로 보이는 아이는 매고 있는 가방에 사탕을 쓸어 담고 있다.

아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열심히 일하는 젊은 사장님 부부도 안쓰럽고,

몸에 좋은 사탕도 아닌데 뭘 그리 많이 가져가나 싶어서,

오지랖이 한 번 더 나온다.

“아줌마도 그 사탕 먹고 싶은데, 남겨줄래?”

이번에는 그 아이의 부모가 돌아본다. 소리가 들렸나 보다. 근데 그냥 모른 척한다.

아이들은 얼른 자리를 뜨고 나는 뱉어 놓은 말이니, 사탕을 하나 들어 입에 넣는다.


모른 척할 수도 있는데, 굳이 거기서, 애들한테 … 참… 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지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사거리 횡단보도가 보인다.

새로 맞춘 안경 덕분인지 보행신호까지 10초가 남았다는 표시가 선명하다.

이 정도면 뛰어 건너야 한다. 아니면 2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냅다 뛰기 시작하는데, 반대편에서도 무서운 기세로 가까워지는 무리가 있다.

그들은 나보다 멀리서 훨씬 빠르게 질주해 온다. 자전거를 타고.


우리 동네는 자전거 도로와 가까이 있다.

한강변 자전거 도로의 경계여서, 잠깐 쉬어가는 장소라고 한다. 도로 밖을 벗어나 점심을 먹기에 좋다나.

날이 좋아지면 부쩍 사이클 타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그런 사람들이었나 보다.

얼핏 보기에도 5명 이상인 여자분들이다. 완벽한 사이클 복장으로 고글까지 쓰고 선두의 신호로 움직이는 사람들.

근데 그들이 나와 같은 횡단보도로 질주해 오지 않는가. 걷는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피해야 하니까.


“내려서 가셔야죠!”

도로법상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걷도록 되어있다. 물론 그런 사람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이렇게 무리 지어 달릴 거면 인도와 횡단보도에서 더 조심해야 한다.


너무 소심하게 말했는지, 듣지 못한 눈치다.

쌩하니 지나가는 그들의 꽁무니에 대고 다시 한번 말한다.

“내려서 가셔야죠!”

마지막 주자가 돌아본다.

성공했다.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

행동을 고치는 것은 댁들 몫이고.


오지랖이라고 할 수도 있다.

참견이라 볼 수도 있고.

지적질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진짜 몰라서 그럴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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