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자리에

호접란을 다년생으로 키우기

by 부키

우리 집에는 붙박이로 자리 잡은 호접란이 있다.

매년 꽃대를 올리는 신기한 아이다.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키우시던 화분이니, 벌써 6~7년은 지난 것 같다.

꽃이 진 호접난의 잎이라도 봐야겠다며 키우셨는데, 다시 꽃대가 올라온 것을 보지는 못하셨다.


아끼시던 화분들을 처분하지 못하고 집에 들여놨는데.

돌아가신 다음 해에 두 개의 꽃대가 올라오더니 매 해 꽃을 피운다.

너무 잘 키우려 애쓰지 않았고, 특별히 관리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그 방향으로, 일정한 물 주기를 하고 있다.


“식물이 좋아하는 자리가 있어. 조건이 잘 맞으면 오랫동안 꽃을 피울 거야.”

플로리스트였던 동생의 조언대로, 화분도 그대로, 자리도 그대로, 하지만 마음은 비우고 키우는 중이다.

새 뿌리가 나면 반갑지만, 지난 뿌리가 말라 떨어져도 괘념치 않는다.

잎이 싱그러우면 좋겠지만, 시들해져도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영원히 사는 것은 없다. 옛것이 떠나야 새것이 온다.


매해 봄, 꽃대를 기대하지 않기로 한다.

꽃대가 올라오면 반갑게 맞을 뿐이다.

제 자리만 지켜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한 것을.

꽃이 피지 않아도 다음 해를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바쁘셔서 못 오시나…라고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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