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살아가기 위한 실천법

루틴을 태도로, 읽기를 질문으로, 책을 기록으로, 혼자를 함께로

by 부키

책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독서는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할까? 언제, 어디서의 문제보다 어떻게, 무엇을, 왜?라는 질문에 자신의 답을 만들어가야 한다. 책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독서는 일정표의 한 칸이 아니다. 언제 읽을지보다, 왜 읽는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독서가 습관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방법과 방향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루틴을 넘어 태도가 되어야 한다. 질문으로 깊어지고, 기록으로 남기고, 함께 읽기로 확장할 때 비로소 독서는 삶을 수정하는 힘이 된다.


루틴을 넘어 태도로

매년, 매월, 매주 다이어리에 루틴 트래커를 작성하는 일이 많다. 특정 루틴을 함께 도모하고 인증하는 것으로 실천하는 것을 많이 본다. 독서 역시 루틴처럼, 습관처럼 장착시키기 위한 활동이 눈에 띈다. 독서를 꾸준히 하기 위한 습관을 만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분량, 몸에 배도록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틴은 무너지기 쉽다. 한 번 무너진 습관을 다시 세우기 어렵다. 습관의 영역에만 남아있는 독서는 하루를 건너뛴다고 입에 가시가 돋지 않는다. 오늘 못한 독서를 내일 두 배로 하겠다던가, 다음에 더 열심히 하겠다는 것으로 채우는 것이 어려운 활동이다. 책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독서가 삶의 태도에 들어와야한다. 독서를 시작하는 루틴을 습관으로 유지하고, 태도로 만들어야 한다. 왜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지, 루틴이 종료 된 후, 나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의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 삶으로 연결하고 변화를 만드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독서는 일정표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읽은 책 목록과 시간, 분량 속에서 삶의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나만의 독서 태도를 만들어야 한다. 루틴은 시작이고, 습관은 반복이다. 태도는 독서의 본질적 이유를 만든다. 태도가 되면, 읽지 못한 날에도 나는 여전히 읽는 사람이다.


독서는 시간을 채우는 기술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조금씩 고쳐나가는 태도이다.


읽기를 넘어 질문으로

하루에 한 시간 책을 읽기로 하였다. 매일 새벽 기상을 통해 책을 읽는다. 각자가 읽었음을 인증하지만, 무엇을 읽었는지 남지 않는다. 분량은 채워지지만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나면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한다. 서로 비슷한 경험치를 공유하며 원래 모두 그렇다는 안도감을 갖는다. 그런데, 원래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읽는지에 따라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단순히 읽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하면, 눈과 의식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눈은 읽지만 생각은 다른데 있는 경험 같은. 책에서 답을 구하기 위한 읽기는 집중을 가져온다. 내가 원하는 답을 얻었다면 이 책을 읽는 목적을 이룬 것이다. 다만, 답을 구하는 독서는 필요에 의한 독서이기 때문에 일회성이 되기 쉽다. 독서를 생활의 태도로 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갖고, 혹은 질문을 바꾸기 위해, 질문을 찾기 위해 읽는다. 열린 마음으로 작가의 주장이나 의견을 수용하고, 나의 그것과 다름을 비교한다. 왜 다른지에 대한 질문, 질문은 나의 생각을 수정한다. 또는 강화한다. 삶을 변화시키는 독서는 질문과 함께 해야 한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설정들, 주인공의 생각, 행동, 태도 등에 질문한다. 사건의 전개 과정에 질문한다. 작가의 설명에 질문한다. 나의 생각에 변화를 일으킬 중요한 단서를 얻는다. 사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좋은 독자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질문이 깊어질수록 나를 수정할 힘이 생긴다. 질문은 독서를 현재 진행형으로 만든다.


책을 넘어 기록으로

독서를 머무르게 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기록이다. 독서 전과 독서 중에, 독서를 마무리하며 남기는 기록은 지나가는 시간을 매듭짓는다. 단순히 밑줄을 긋는 과정을 지나 책의 여백에 메모를 하고 질문을 남기고, 작가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독서를 삶으로 들여온다.

책을 읽기 전에는 사전 작업으로서의 메모가 있다. 목차를 기록하고, 주요 배경을 메모한다. 출간 연도, 출판 연도, 번역가, 출판사 등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장르로 분류되어 있는지도 함께 기록한다.

책을 읽으면서 하는 기록은 다양한 형태를 갖지만 중요한 것은 나의 생각을 남기는 것이다. 작가의 의견에 공감하는 메모도 좋지만, 그에 반하는 나의 의견, 다르게 읽히는 부분에 대해 책의 여백이나 메모지를 활용해 남긴다. 기록은 내용을 정리하는 기술이 아니다. 스스로를 마주하는 일이다. 나는 왜 이 문장에서 멈췄는가? 나는 이 부분이 왜 불편한가? 나를 주어로 하는 기록은 나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책을 읽은 후에는 감상을 기록한다. 한 줄이어도 좋고, 한 페이지이어도 좋다.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해도 좋다. 나의 생각과 주장, 질문이 담겨야 한다. 책을 필사하더라도 해당 문단에 대한 나의 의견이 함께 있으면 더욱 값진 기록물이 만들어진다. 작가나 작품을 비평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책을 통해 나는 어떤 지점에 이르렀는지 기록하면 된다. 변화되었는지, 머물렀는지, 내 삶과 어떻게 연결하고 싶은지를 남긴다. 단순히 기억을 돕기 위한 장치가 아닌, 사유의 확장을 위한 도구로서의 기록을 만든다.


기록은 문장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붙잡는 일이다. 기록은 독서를 ‘지나간 시간’에서 ‘남은 시간’으로 바꾸는 행위이다.


혼자를 넘어 함께로

독서는 혼자 시작한다. 그래서 혼자 끝내기도 쉽다. 작가와 나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작가와 연결된 다른 독자들의 의견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개인의 주장들이 모이는 장소가 함께 읽는 곳이다. 이 곳에서 우리는 나와 다른 의견을 만나고, 이를 견디는 연습을 하게 된다. 다른 관점을 접할 때, 이를 설득하기 위한 논쟁보다, 다른 시선을 수용하고 재해석해보는 기회가 된다. 재해석 된 생각은 나의 의견을 전환시킬 수 있다. 경쟁적 토론만이 설득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 읽는 독서를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이해를 넒히는 것이 함께 읽기의 가치이다. 개인의 읽기를 완성하기 위해 공동의 읽기가 필요하다. 개인의 변화는 결국 관계 안에서 확인된다. 나의 생각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작용하는지 검증할 수 있다.

함께 읽는 일은 생각을 열어두는 것이다.

어쩌면 독서는 나를 바꾸는 일에서 멈추지 않는다. 조금 달라진 내가 세상을 다르게 대하고, 이러한 개인의 변화가 모여 공동체를 변화시킨다. 우리들의 언어와 생각, 변화를 확인하는 관계 속에서 또 다시 나의 변화를 확인하게 된다.


함께 하는 독서는 서로의 삶을 확장시킨다.


목요일 연재
이전 18화책으로 살아가려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