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살아가려는 마음

by 부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보를 생성하는 주체도 인간을 넘어선다.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보를 재생산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정보가 쏟아진다.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이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 전 교육부는 ‘독서교육’을 국가적 과제로 선포하기도 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책을 찾아보았다. 알아야 할 것들이 생겨도 책을 쌓아놓았다. 한동안은 자녀 교육서가 대부분의 독서 목록을 차지했고, 상당기간 경제, 재테크 도서가 책장을 채웠다. 더 이전에는 시대를 읽고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부지런히 들이기도 했다. 어떤 필요에 의해 갖춰지는 독서였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도움을 얻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사람과 책을 대신해서 문제를 해결해 준다. 변호사 역할을 하는 녀석이 상담사 역할도 잘한다. 투자 전문가로서 컨설팅도 제법이다. 책에서 얻었던 많은 것들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서 읽고, 쓰고, 해결하는 시대에 우리는 왜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할까?


독서는 본질적으로 혼자 하는 행위이다. 누군가는 책에서 즐거움을 얻고, 누군가는 해결책을 찾는다. 때로는 책으로 도피하기도 한다. 이 중 많은 부분이 새로운 도구로 대체된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이 있다. 도구는 나를 확장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의 사고 능력을 키우고 이를 확장시키는 가장 가성비 좋은 것이 독서다. 우리 뇌에 책 읽기라는 과업이 주어지면 어렵고 귀찮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열심히 가소성을 높인다.


개인의 역할이 희미해지는 거대 정보 네트워크에서 우리는 다시 스스로의 역할을 질문해야 한다. 나를 키우는 독서에서 사회와 연결하는 독서로. 독서 생활자의 사회적 쓸모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능력이 아닌,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동체 안에서 질문하고 판단하는 힘의 쓸모. 어떤 마음으로 책과 살아야 할지 정리해 본다.


독서는 개인을 단단하게 만든다

지식을 얻기 위한 활동으로 독서를 이해하기 쉽다. 대부분의 출발은 이러한 실용적인 목적일 것이다. 실용서 위주의 독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독서를 오래 하다 보면 실용성이라는 것의 한계를 느낀다. 책에서 얻어지는 지식이 나의 것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알고 실천하는 것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 왜 실천 못하는가의 자책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필요한 것이 있다.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문장을 따라가고 생각을 멈추면서 나를 발견한다. 내가 멈추게 되는 지점이 있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소재가 있다. 내가 이런 것을 좋아했나, 혹은 꺼려했나를 알게 되는 대목이 있다. 단순히 실용적인 독서로 만나기 어려운 점이다.


책을 읽는 과정은 조용하지만 치열하다. 작가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지점에서, 격하게 동의하는 부분에서, 우리는 자신의 가치관과 감정, 삶의 방향을 확인하게 된다. 독서는 누군가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형성하고 키우는 과정이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 개인이 자신의 기준을 세우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정보와 의견이 넘칠수록 개인의 의견은 힘을 갖기 어렵다. 스스로의 근거를 찾아야 한다. 이것의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해야 한다. 스스로의 자정작용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가장 좋은 것이 독서 아닐까?


어느 순간 나의 의견이 주춤해진다. 그동안 쌓아 온 책 읽기가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는 유연성을 키웠다. 나의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기도 한다. 생각의 명확한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식의 확장을 위한 독서로는 평생을 이어가기 어렵다. 하지만 나를 확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드는 독서라면 마치는 순간을 정하지 않아도 매번의 경험이 새로울 것이다.


결국 독서는 세상을 이해하기 전에 나를 이해하는 훈련이다.



독서는 사회를 다양하게 만든다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보다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 회자된다.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 행동임에도 왜 위험하다고 하는 걸까?


독서는 개인적인 활동이라 여겨지지만, 매우 사회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는 책을 통해 다양한 시대와 문화, 삶의 방식을 만나게 된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무수히 많은 인생을 관찰하게 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만나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와 다른 관점을 만나고 내 생각을 돌아보게 한다. 차이를 발견하고 나름의 접점을 고민하게 된다. 비록 책 속의 그를 만나지는 못해도.


사회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치 비슷한 의견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자신의 경험 안에서, 생각의 틀 안에서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서로의 다름을 확인한다.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긴다. 나와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를 본다. 자신의 익숙한 생각에서 안전함을 느끼고 이를 고집하려는 사람이다. 경계를 굳건히 만들어 벽을 쌓은 것이다. 독서는 이런 경계를 헐겁게 만들고 확장시킨다.

독서의 사회적 쓸모는 우리를 다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내 생각을 강화시키는 온갖 알고리듬에서 나와 다름을 인정하게 하는, 오랜 시간 지속 되어 온 지혜가 있다. 나를 멈추게도 하고, 나를 나가게도 하는 힘을 준다. 개인을 지적인 존재로 만들고 나아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게 만든다. 다름을 볼 줄 아는 안목을 키우고, 이를 배려하는 배포도 키운다.


독서는 사회를 설득하기 전에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든다.


독서는 삶을 확장시킨다.

사회적 독서가 필요하다. 단단해진 개인이 사회 속에서 다양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혼자만의 유희로 남는 독서도 의미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는 다른 의미의 독서가 필요하다. 정보를 검색하고 정리하고 의견을 만드는 일은 인공지능이 뛰어나다. 우리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해 주는 좋은 도구이다. 다만, 나의 생각과 결정까지 위임할 수는 없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사회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나의 역할을 규정하는 생각의 힘이 필요하다. 문제를 정의하고 상황을 분석하여 적절한 질문을 해야 한다. 일차원적 사고의 범위를 넘어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재 구성하고 내 의견을 보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산하고 평가할 안목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언제나 중요했던 인간의 본질적 규정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활동이 함께 읽고 나누는 것이다.


독서는 정보를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나를 위해, 사회를 위해, 책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의 마음속에 새겨져야 할 가치이다.


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읽기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타인의 삶을 상상하며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보다 인간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과정을 고민하는 것이다.

독서를 오래 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들은 정답을 찾기 위한 독서보다 질문을 만들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질문을 던지고 함께 나누려 한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수정한다. 독서는 삶을 수정하는 과정이다.

나를 단단하게 하고 삶을 확장시키는 독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책으로 살아가기 위해 실천했던 방법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목요일 연재
이전 17화평생 독자로 살기 위한 준비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