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기록

굳이, 휴일 아침 카페에서 책 읽기

아무도 없는 집을 두고서...

by 부키

근래 들어 휴일 아침에 동네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있어요.

어떤 날은 휴일의 일상 탈출을 위해서. 그러한 이유였다면 이해가 가지요. 스스로에게 '집에서 나가자!'는 마음이 컸을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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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은 집에 아무도 없었어요.

그럼에도 굳이! 굳이! 책 세 권과 각종 독서용품을 챙겨서 카페에 갑니다. 그리고, 두 잔의 커피를 마시며 정하고 간 분량의 책을 모두 읽고 와요. 집은 비어있는 그대로 두고요.


왜 그랬을지 생각해 봤어요.


집에 커피가 없는 것도 아니고요.

집에 책상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방해하는 그 무엇이 있지도 않아요.


그리고 떠오른 생각이 있어요.




카페에서는 내가 있는 공간만 내가 채우면 돼요.

이 작은 테이블만 차지하면 되지요. 주위의 소음과 음악으로 나의 지분은 많이 줄었습니다. 굳이 나 아니어도 많은 요소들이 함께 채우고 있어요. 그래서 부담이 없어져요.


하지만, 아무도 없는 집은 온 집안에 나의 시선을 가져다 놓아야 해요.

방마다, 눈길이 가는 것을 찾아낼 수 있어요. 거실 구석구석에도 나를 기다리는 것이 있을 수 있지요. 뿐만 이나라, 나로 인한 소리만 공기를 울릴 뿐입니다. 내가 다 채워야 하는 온통 비어있는 공간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나 봐요.


방학이라도 돼서 모두 집에 있을 때는 각자의 방을 차지하고, 적당히 시간의 거리는 두면서 합의된 질서를 유지해요. 그래서인지 비어있는 공간이 의식되지 않고, 따라서 부담도 없습니다. 내가 차지한 공간만 내 몫으로 처리하면 되니까요. 단지, 내 시간을 내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만 있을 뿐이에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바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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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의 차이라 생각해요.

집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이 굳이, 카페에 출퇴근을 하는 이유이겠지요. 집 현관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절차를 행하면서 출근했다 생각하는 분도 계시다 해요.


나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갖는 나의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가족의 구성원을 떠나 오롯이 나 개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비어있는 공백을 나의 여백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곳곳에 존재하는 공간을 충만한 여백으로 채울 수 있는 곳을 의미해요. 비어있는 공간이 클수록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요. 계속 눈길을 주어야 하고, 손길과 발길이 가게 됩니다. 여백의 공간은 내가 채우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 이미 채워져 있는 곳이니까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의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공간 한편에 그리고 집안의 모든 곳에 엄마의 공간이 존재합니다. 원하지 않은 형태의 존재일 수 있지요. 그에 대한 불평이나 변화를 꾀하기 어려운 때 이기도 하고요. 시간이 흘러 아이들의 공간이 밖으로 확장되면서 점점 엄마의 공간이 드러나게 돼요. 엄마가 책임져야 하는 공간들입니다. 가족들에게 돌아와 쉴 수 있는 편안함을 주어야 하는 공간이지요. 그 안에 엄마 개인의 공간을 만들어야 해요. 처음부터 잘 설계해야 합니다. 아니면, 계속 카페에 가게 될 거예요. 저도 뭔가 바꿔봐야겠어요. 우선 시선을 차단하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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